권한위임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최근 IBM 연구소에서는 탁월한 기업성과를 위한 3대 필수요소 중 하나로 ‘직원들에 대한 권한위임’을 제시했다. 그러나 리더들은 여전히 권한위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리더들이 느끼는 권한위임의 장애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권한위임을 방해하는 첫 번째 장애물은 불안(不安)의 벽이다. 즉 ‘권한위임을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권한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러나, 권한위임은 ‘권한의 배분’ 관점이 아니라 ‘권한의 확대’ 관점으로 봐야한다. 한쪽이 권한을 주고, 한쪽이 받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권한을 위임하면 부하직원이 더 높은 역량을 발휘하게 돼 조직에서 리더와 부하직원의 영향력이 모두 커지게 된다. 부하직원에게 권한을 줄수록 리더의 권한이 더욱 커지는 것에 대해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은 ‘권한위임의 패러독스’라고 표현했다. 권한위임을 통해 부하직원이 성장하면 팀의 성과가 높아지면서 리더의 권한과 영역도 더욱 확대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불신(不信)의 벽이다. 직원들이 중요한 일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워하는 것이다. 사실 권한위임을 한다 하더라도 직원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불신의 벽을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직원들에게 역량개발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권한위임을 할 때 직원의 역량보다 약간 어려운 업무를 주는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일을 맡겨 주눅 들게 해서도 안 되며, 너무 쉬운 일을 주어 매너리즘에 빠지게 해서도 안 된다. 직원의 역량보다 한 단계 높은 업무를 주어 직원들이 작은 성공경험을 쌓아 나갈 때, 비로소 직원들은 업무에 자신감이 생기고 더욱 큰 일에 도전할 수 있다. 미시건 대학교 칼 와익 교수는 이를 ‘작은 성공전략(Small Wins Strategy)’이라고 이름 붙였다. 불신의 벽을 극복하는 마지막 단계는 직원들이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추었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권한위임을 방해하는 마지막 장애물은 불통(不通)의 벽이다.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아, 내가 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를 사전에 극복하는 방법은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와 같이 ‘네, 아니오’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쌍방향 소통이 더욱 활발해진다. 또, 일이 잘못됐을 때,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스티븐 코비 박사는 STC 모델을 제안했다. 감정이 앞서는 상황에서 stop! 잠시 멈춰서, think! 생각을 가다듬고, choose! 결과를 예상해서 판단하고 대응하라는 것이다. 즉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판단에 주도적이 되라는 의미이다.
보스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벤 젠더는 이런 말을 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정작 무대에서 자신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단지 팀원들이 얼마나 소리를 잘 내는가에 따라 지휘자의 능력을 평가받죠. 다른 이들 속에 잠자고 있는 가능성을 깨워서 꽃피게 해주는 것이 바로 리더십 아니겠습니까?” 피아노 소리가 잘 안 난다고 직접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이 잘 안된다고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해서는 절대 훌륭한 지휘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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