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 1인 가구가 436만 세대에 이르렀다. 1990년 102만 세대의 네 배에 달하는데, 네 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라는 것이다.2011년 1인 가구에 의한 연간 소비지출 규모도 50조원에 이르렀다. 소비 집단으로서 1인 가구의 부상이라는 ‘메가 트렌드’에서 기업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데, 우선 1인 가구의 니즈와 소비 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거 공간이 제한돼 있는 1인 가구에게 소형 주택이나 가전제품 등이 유용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단순히 사이즈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파나소닉의 ‘쁘띠’시리즈가 좋은 예이다. 파나소닉은 2011년, 드럼세탁기를 그대로 축소한 ‘쁘띠드럼(petit drum)’을 출시했는데 가전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드럼세탁기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2012년에는 이어서 소형 식기세척기 ‘쁘띠쇼쿠센’을 선보이며 ‘쁘띠’라는 이름으로 소형가전을 브랜드화 하고 있다.
1인 가구에게는 부족한 공간과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빌트인가전이나,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가변형 가구 등이 인기를 끄는 것도 바로 이 효율성을 극대화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가구 브랜드들은 1인 가구에 특화된 시스템 가구를 앞 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불확실한 1인 가구가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레토르트식품도 인기이다. 싱글 가구의 수요에 힘입어 2008년부터 11년까지 국내 레토르트식품 시장은 연 37.5%씩 성장할 수 있었다.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에게 안전 또한 중요한 니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1인 가구에게 특화된 방범 및 생활지원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다스킨社는 시니어가 집에서도 혼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홈 인스테드’ 서비스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청소, 세탁, 요리뿐 아니라 간병, 병원 동행, 외출까지 일상생활 전반을 지원해준다. 신체적 안전 못지않게 경제적·정서적 안정도 중요하다. 자산을 평생 월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연금형 금융상품은 경제적 안정을 돕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인기이며,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SNS, 메시징서비스도 1인 가구가 인간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주요한 통로로서 역할하고 있다.
1인 가구는 가족 부양 의무가 적은 편이라 자기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에 관대한 편이다. 일본의 직장인 여성을 비교해보면, 미혼 여성이 건강, 미용 등에 지출하는 금액이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의 2.8배, 의류, 신발 지출액은 2.3배에 이른다. 고가의 카메라, 자전거 등을 과감하게 구매하는 싱글족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잘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1인 가구를 도와주는 웹 서비스로 ‘싱글 에디션(Single Edition)’이 있다. ‘싱글 에디션’은 싱글스를 위해 주거, 직업, 재테크, 건강, 패션, 법률까지 생활 전반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1인가구의 부상은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이어 소비시장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이다. 2020년에는 국내 1인 가구는 588만세대로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1인가구의 소비 트렌드에서 ‘나 홀로 싱글족’의 마음을 사로잡을 묘안을 고민해보자.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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