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하고, 행동하고, 돌진해라

앤드류 그로브(Andrew S. Grove)는 인텔이란 회사를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그는 인텔의 창업주도, 최대주주도 아니었다. 일개 연구원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경영진에 참여했고, CEO가 되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인텔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1979년 사장이 되고, 1987년 인텔의 CEO가 된 그로브는 독선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합리적이었고 스스로 실천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존경 받는 CEO였다. 그는 조직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무척 엄격했다. CEO가 된 후에도 직접 차를 몰았고, 출장을 가면 일반 호텔에 묵었으며, 체크인까지 본인 손으로 했다.
<타임>지가 선정한 1997년 최고의 인물이기도 한 그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를 집필해 자신만의 경영 노하우를 세상에 알렸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앤드류 그로브가 인텔을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키우는 과정을 진솔하고 간략하게 담은 책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 이론은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이다. 본래 변곡점이란 사람이나 기업이나 반드시 있게 마련인 변화의 시작, 그 순간을 말한다. 데이터 상으로 보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던 곡선이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 지점부터 급상승과 급하강이 갈린다. 하지만 그 변곡점이 언제 어떻게 오는지 사람들은 잘 알 수가 없다. 그로브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이 같은 변곡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경쟁, 기술, 고객, 공급자, 규제 등을 꼽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이 그 같은 변곡점에 도달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것을 판단하는 데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그저 ‘초긴장 상태로 항상 경계하는 자만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그것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편집광처럼 일에 매달려야만 하고, 그래야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앤드류 그로브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정신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그동안 인텔의 제품은 디지털 산업의 초석이 되어왔고 인텔은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인텔은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성장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 변곡점’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전략적 변곡점이 ‘열 배의 변화’를 야기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이 변화는 어떤 회사에게는 ‘죽음’일 수 있고 어떤 회사에게는 ‘기회’이자 ‘희망’일 수 있다. 그리고 후자의 입장이 되기 위해서는 ‘편집광’이 되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일시적인 성공에 취한 탓에 과도한 자신감으로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CEO로서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생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늘 자신을 공부하는 자세로 견지했다. 전략적 변곡점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 글·이채윤 / 삽화·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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