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환경 바람을 타고 국내외 기업들이 에코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자원 가격 상승, 판매 제품에 대한 각국의 강력해진 환경규제, 에코 소비문화 확산 등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앞으로 에코상품 개발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에코소비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에코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3가지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에코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적용해야 하는 친환경 요소가 많아지면서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품목별로 에코상품과 광고가 급증하다보니, 친환경이라는 점이 소비자에게 차별화 요소로 인식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의식이 에코상품 구매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시장 확대가 기대보다 더디다는 점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에코상품인 유기농, 친환경세제, 하이브리드카 등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이하이며, 유망분야로 주목받는 LED 조명도 아직 1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업들이 이러한 에코 딜레마를 극복하고 에코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제품 기획 시, 친환경성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도록 제품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친환경성을 강조하느라 품질이 떨어지거나 불편을 초래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실패해왔다.
따라서 제품의 친환경 요소는 우수한 품질에 추가되는 플러스알파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환경 요소를 통해 소비자가 사용 및 폐기 과정에서 유지비용, 시간 등을 절약하거나, 소비자가 별도의 노력 없이 제품 사용만으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 (예: 지능형 센서 기술로 에너지, 물을 절약하는 가전제품) 등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추가 가격을 지불하는 것에 민감하기 때문에, 에코상품으로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따라서 생산 단계에서 원료와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도록 디자인과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환경비용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여 친환경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고급 사무용 의자로 유명한 허먼밀러는 의자의 불필요한 프레임을 없애고 등받이를 그물 모양으로 만들어서 소재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기존의 자사 제품보다 저렴한 의자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또한 유해한 염료를 무해한 천연 원료로 바꾸거나, 물 대신 이산화탄소로 염색하는 기술 등도 의류 기업들의 폐수처리 비용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제품이 친환경적인 것이 경쟁력인 시대가 아니라, 친환경성이 창출하는 실질적인 가치가 중요한 시대다. 환경성과 달성에만 집착하여 소비자에게 외면 받거나, 명확한 환경 개선성과 없이 이미지 메이킹 만으로 어필하려는 에코상품은 도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에코상품을 통해 기업과 제품의 가치를 혁신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기업의 노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하주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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