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화가가 드문 이유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야, 피카소…
왜 미술사엔 남자만 기록되어 있는 것일까? 여성은 위대한 화가(예술가)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초보적 의문에 답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문헌과 작품을 조사했고, 오랜 노력 끝에 까미유 끌로델, 베르트 모리조, 케테 콜비츠, 도라 마르, 마리 로랑생, 조지아 오키프, 메레 오펜하임, 프리다 칼로, 신디 셔먼, 오노 요코 등이 누구의 연인이나 아내, 누이, 모델, 파트롱, 뮤즈가 아닌 독립 작가로 조명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근래의 성과이며 이들의 생몰 연대에서도 알 수 있듯, 근대와 현대의 서양 작가들에 치우쳐 있다.
‘여자, 그림으로 읽기’는 위의 의문과 불만에 기초적인 설명을 해주는 서양 미술 교양서다. 1장 여성의 세 시기, 2장 여성의 이미지와 모델, 3장 가정생활, 4장 직업의 세계, 5장 사회 영역까지는 미술사에 여성 작가의 이름이 기록되지 못한 시기로, 남성 작가의 시선으로 본 여성 이미지를 살핀다.
유년기, 사춘기, 성인기, 어머니, 노파 등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 여성의 역할과 한계를 지적하는가 하면 가정부, 황후, 수녀, 매춘부, 간호사 등 그리 많지 않았던 여성의 직업에 따른 표현도 소개한다.
분류가 세세하여 ‘여성이 이토록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구나’ 놀랍기도 하지만 가정과 수녀원, 궁정, 공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역할이 주어졌을 뿐임을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이런 시기에도 남성 예명을 쓰고 작업한 여성, 스스로 작품을 감춤으로써 미술사에서 희미해진 이름, 과소평가된 여성 작가들을 찾아내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여성 작가의 작품을 본격 조명한 6장 여성의 예술은 당연히 1900년대 이후에 활동한 여성 작가가 주가 된다.
여성성, 자아를 자신 있게 드러내는 작가들의 파격적인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가 하면 거르투르 스타인, 페기 구겐하임, 거루트르 반더빌트 휘트니 등 안목이 남다른 수집가들을 기록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여자, 그림으로 읽기’의 가장 큰 장점은 중세에서 현대까지, 미술사에서의 여성 이미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었다는 점이다. 각 주제에 따른 작품 소개가 한두 점에 지나지 않아 아쉽지만 워낙 주제를 세분화했기에 작품 수가 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저자 마르타 알바레스 곤잘레스와 시모나 바르톨레나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미술사학자로 여러 권의 미술책을 낸 바 있고, 두 사람 모두 19세기와 20세기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알리는 데 관심이 많다.

- 옥선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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