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마음을
달빛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김용택 시,「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는 추석풍경으로 시작되지요.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풍요로운 한가위가 곧 돌아옵니다. 달은 농경사회 이래로 농부에게는 농사력이 되고 어부들에게는 밀물썰물의 물때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자 정보입니다. 이렇게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달에게 우리는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순결의 여신이라고 부르듯 달은 여성적이고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을 동경하며 고운 달빛을 가슴에 담아두곤 하나봅니다.
현대사회가 얼마나 역동적입니까?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손 전화, 몇 분에 한 대씩 뜨고 내리는 비행기,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 거리의 불빛과 자동차 행렬, 너무 역동적이어서 때로는 이들을 잠재워 주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달빛만이 그 무수한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섬진강변 달빛이 곱고 아름다워 누군가에게 그리움을 실어 보내주고 싶은 밤, 마침 어떤 가인이 ‘강변에 달빛이 너무 곱다’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당신은 그런 전화를 받아본 적 있는지요? 아니면 전화를 걸어본 적 있는지요? 전화는 걸때보다 받을 때가 가슴이 더 설레지요.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해보세요. 당신이 먼저 전화하면 상대방은 분명 감동하며 가슴 떨려 할 것입니다. 아침햇살이 북한강 안개를 헤치며 쳐들어오고 있다고, 산등성이에 무지개가 걸려있다고, 노을이 서쪽 들판을 적시고 있다고, 아니면 우리 큰애가 친구와 예쁜 사랑에 빠져있다고...
달 속의 토끼들이 방아 찧으며 백설기가루 같은 고운 달빛을 쏟아내는 밤, 주저하지 마시고 주위에 먼저 전화하세요. 주식이 상한가를 쳤다고, 은행 금리가 내렸다고, 이런 전화 말고요.

- 이병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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