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보완하는 제휴전략 확산”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공장폐쇄와 감원 등 구조조정안을 속속 발표하면서 유럽발 재정위기가 자동차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2년 7월 12일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PSA)이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상반기에 8억 1,900만 유로(1조 1,43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푸조-시트로앵은 연간 실적도 적자가 확실해지자, 약 8,000명의 인원 감축과 오르네 수부와(Aulnay-sous-Bois) 공장의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푸조-시트로앵이 정리해고를 발표한 바로 그 날,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의 칼 프리드리히 슈트라케(Karl-Friedrich Stracke) 사장이 돌연 사임했다.
구조조정 실패에 따른 경질이다. 이탈리아의 피아트 역시 재정위기로 인한 판매부진으로 공장가동률이 55%에 머물고 있어 시급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2012년 유럽의 신차수요를 전년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고, 위기 전의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빨라도 2017년”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조조정이 시급해 보이지만 이것 역시 순탄지만은 않다. 현재 고용문제는 각국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푸조-시트로앵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던 날, 프랑스 총리부는 성명을 발표해 “푸조-시트로앵의 바랭회장은 프랑스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용을 중시하면서 노사협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해 버렸다. 전례 없는 적극적인 표현으로 푸조-시트로앵에 대해 무언의 압력을 넣은 것이다.
이번 재편의 또 다른 특징은 기업 간 차이다. 과거와 달리 같은 지역 내에서도 업체 간 명암이 갈리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자동차업체들이다. 이들은 유럽의 경제위기로 심각한 판매 감소를 경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국 시장의 상당 부분을 경쟁업체에게 빼앗기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폭스바겐과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에 환율 및 생산혁신을 통한 원가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는 어떻게 될까?
먼저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강한 기업은 더욱 강해지고 약한 기업은 도태되는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양극화 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되는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응해 신흥시장을 선점하고 원가혁신을 이룬 기업들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감산과 실적 악화가 될 전망이다.
지역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서유럽 지역에서는 생산능력이 감축될 전망인 반면, 수요증가가 예상되고 생산비가 낮은 동유럽과 신흥국에서는 새로운 공장 증설이 전망된다. 자동차산업의 탈유럽-신흥국 증설이 확대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업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독일의 BMW와 도요타자동차가 환경차 분야 등에서 제휴하기로 합의했고, GM이 푸조-시트로앵의 주식 7%를 매입하면서 자본제휴를 맺었으며, 피아트와 마쓰다, 푸조-시트로앵과 도요타도 각각 일부 차종의 생산에서 협력을 하기로 했다. 생산능력 증설이나 신규 투자를 지양하고 합종연횡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제휴전략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유럽 자동차시장의 재편 움직임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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