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와이드웹 등장 직후인 90년대 초, 웹사이트 디렉토리 서비스를 선보이며 전 세계 1등 포털로 등극했던 야후. 최근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해진 게 사실이다. 사실 일본 야후재팬은 작년 매출 4조원이 넘는 우량기업이다. 그러나 회사규모가 커지고 현재에 안주하는 정체감이 확산되는, 이른바 대기업병이 찾아왔다. 결국 올해 초, 모회사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야후재팬 창업 이후 16년간 경영을 맡아온 이노우에 대신 미야사카 컨슈머사업총괄본부장을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하고 강도 높은 변혁을 주문하게 된다.
미야사카 사장은 ‘10배 도전, 5배 실패, 2배 성공’이라는 슬로건 하에 ‘2019년까지 이익 2배 늘리기’라는 목표를 설정한다. 단순하나 동시에 명쾌하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하면, 판단은 자연스럽게 내릴 수 있다”라는 손정의 회장의 철학도 반영되었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수립한다. 첫 번째는, ‘선택과 집중’, 즉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150여개에 달하는 서비스들을 수익과 페이지뷰를 바탕으로, 핵심서비스 상위 5개는 Y!1, 그 다음 약 15개 서비스는 Y!2, 이런 식으로 서비스를 모두 5단계로 분류했다. 1등급인 Y!1 사업책임자에게는 전보다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는데 일례가 인사의 우선분배권으로 전사를 통틀어 우수한 인재를 자유롭게 발탁할 수 있도록 했다.
2등급 이하 사업들은 어떻게 됐을까? 여기에서 두 번째 전략, ‘제휴’가 드러난다. 타사가 압도적인 우위를 지닌 서비스에 대해서는 ‘우리가 다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 제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요리 레시피 사이트 ‘쿡패드’와, 8월에는 가격비교 사이트 ‘가가쿠닷컴’과의 제휴를 성사시켰는데, 지금까지 운영해왔던 야후의 유사 서비스는 차츰 철수할 계획이다.
세 번째 전략은 ‘미개척 영역에 대한 도전’이다. 유망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는 것으로 소프트뱅크와 스마트폰 콘텐츠사업에 나선 일이나, 비디오대여, 서점 브랜드 CCC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 포인트 서비스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목표와 전략, 다음은 실행이다. 정체된 조직에 활력을 부여하기 위해 미야사카 사장은 가장 먼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획, 개발, 운영 등 세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개발체제를 통합하는 대신 작은 규모의 개발 유닛을 늘렸다. 이를 위해 직원의 직위와 관계없이 과제 해결능력, 집중력, 과감한 판단력, 그리고 능동성에 따라 급여를 결정했는데 금액의 상한을 없앰으로써 전 직원들의 의욕을 격려하고 있다.
조직 간 벽을 허물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데, 5천 명의 직원 중 2천 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들의 능력을 제고하고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해커톤(Heckathon)’이 대표적인 예이다. 해커톤은 ‘Hack’과 ‘Marathon’의 조어로, 엔지니어들이 소속에 관계없이 팀을 이뤄 정해진 시간 안에 새로운 웹서비스를 개발하는 행사이다. 혁신서비스의 탄생도 기대되지만, 교류를 통해 사내에 기술정보가 원활하게 유통되는 효과도 쏠쏠하다고 한다.
탈피하지 않는 뱀은 죽는다. “사원의 60%는 아직까지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라는 미야사카 사장의 말처럼 조직의 체질을 완벽히 바꾸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미야사카 체제 출범 직후인 올 4~6월 야후재팬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영업이익은 9% 증가했다. 일단 출발은 산뜻하다. 앞으로도 야후재팬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껍질을 벗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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