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보았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 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하여
처지는 가슴을 일으켜 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박영희 시,「아내의 브래지어」전문-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브래지어를 불태우는 시위를 하는 외신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브래지어가 여성을 억압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불문하고 박영희 시인이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7년간 옥살이를 했을 때 젖먹이 여자아이를 업고 다니며 그의 옥바라지를 했던 아내의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솔직하게 쓴 시입니다. 어머니라는 단어 못지않게 아내라는 단어는 남자들의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지요. ‘내 아내’라고 가만히 불러보세요. ‘내 안에’라는 발음과 같습니다. 아내는 내 안에 있는 분신이며 내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이지요.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남편 속에는 오직 한 사람의 사나이가 있을 뿐이지만 아내 속에는 한 사람의 남자, 한 사람의 아버지, 한 사람의 어머니가 있으며 또한 한 사람의 여인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가슴은 여성건강을 지키는 신체의 소중한 부분입니다. 박영희시인의 아내가 처지는 가슴을 일으켜 세우고자 애썼던 것은 본인이 건강해야 남편의 옥바라지를 할 수 있고 젖먹이 딸아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었겠지요. 남편은 동굴처럼 웅크리며 살아온 아내의 슬픔을 자기성찰의 시간으로 삼으며 눈물로 아내의 속옷을 빨았습니다.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표현이 서툴러 쭈뼛거리던 남편은 용기를 내어 아내의 속옷을 빨며 향기 나는 섬유유연제 몇 방울을 넣어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남의 편’이라는 말이 줄어서 남편이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남편들은 아내들이 가족의 대소사를 챙기며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얼마나 고생하는 줄 모른다는 뜻이겠지요. 필자도 한 아내의 남편입니다만 세상 남편들은 어리석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남편들이여! 아내의 속옷을, 아내의 슬픔을, 아내 가슴의 응어리를 깨끗하게 빨아 햇빛 눈부시게 쨍쨍한 양지에서 뽀송뽀송하게 말려줍시다. 섬유유연제 같은 화학첨가물 없이도 아름다운 향기 가득히 퍼지리라.

- 이병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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