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열풍이 대단하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아니면 달성하기 어려운 유투브 억 단위 조회 수를 역사상 최단 기간에 달성해버리더니, 非구미권에서는 소위 ‘넘사벽’으로 여겨졌던 빌보드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라는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사실 싸이 뿐만 아니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빅뱅 등은 이제 일본, 중화권, 남미 방송국에서는 0순위의 초대형 월드스타로 인식하고 있다. 이같은 K-pop의 세계적 열풍 속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영세했던 한국의 연예기획사는, 이제 번듯한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흔히, K-pop의 성공요인으로 유투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확산을 들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유투브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라 말해야 옳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SM을 필두로 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포기’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즉, 우수한 엔터테이너를 육성하고, 양질의 뮤직비디오 등의 컨텐츠를 만든 후, 이를 유투브 상에 무료로 배포하는 전략이다. 무료 배포를 통한 소비기반을 만든 후, 더욱 양질의 공연콘텐츠와 디지털음반, 관련 상품(Goods)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 같은 지적재산권 포기 전략은 엄밀히 말하면, ‘공짜 모델’과 맥을 같이 한다. 선진국은 각종 규제, 편견, 시스템 상의 장벽이 있고, 후진국의 경우에는 높은 수익 임계점이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포기전략을 구사하면서 선진국에서는 진입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었던 편견, 시스템의 장벽을 걷어내고, 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신흥시장에서는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수익을 벌고 있지 못하지만, 엄청난 수요기반을 확보해 가고 있어, 향후 이 지역의 높은 GDP성장률에 따라 수익구조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전략은 후발자가 시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쓰는 ‘접근성 강화’ 전략이다. P&G,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신흥국의 저소득층을 공략할 때 돈이 없는 이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소포장, 先제공-後지불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SM엔터터인먼트는 현재까지는 선진국 위주의 매출구조를 보이고 있지만, 인구와 시장규모, 그리고 유통구조를 갖춰가고 있는 신흥시장의 매출도 수년 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모바일 확산과 최저 음원 다운로드가 인상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수익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비즈니스 모델은 약간의 변형만을 가한다면, 제조, 서비스를 망라한 전혀 새로운 산업분야에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정확히 내려진 덕분에 국내 엔터테인먼트기업들은 ‘접근성 강화’에 효과적인 공짜모델을 엔터테인먼트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모델 혁신은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처럼 IT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이나 모바일기술 같은 첨단기술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도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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