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만 15년이 흘렀다. IMF의 요구에 따라 연 30%의 고금리, 20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과 혹독한 구조조정 정책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중소기업과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위기에 강한 한국인의 유전자는 재무구조의 개선,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2년여 만에 IMF의 신탁통치를 벗어났고, 4년도 안돼 195억 달러의 채무를 모두 갚았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고 무역 1조 달러,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함으로써 세계경제의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특히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등 녹색성장 선도국가로서의 위상도 확고히 다졌다.
이러한 위기 극복과정에 삼성, LG, 현대와 같은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고, 이들이 국격(國格)상승에 큰 몫을 담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소기업들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왔고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 튼튼한 버팀목 中企
1998년과 2010년의 통계를 비교해보면 종업원 1인 이상의 산업체는 263만개에서 312만개로 49만개가 늘어났다. 대기업체는 2만2천개에서 3천개로 무려 1만9천개나 감소한데 비해, 중소기업체는 261만개에서 312만개로 51만개가 늘어났다. 중소기업은 일취월장, 대기업은 축소 일변도였다.
이러한 사정은 종업원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전체 종사자수가 1천만명에서 1천4백만명으로 4백만명이 늘어났는데, 중소기업은 460만명이 증가한 반면, 대기업에서는 60만명이 감소했다. 중소기업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원천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는 중소기업이 지속적인 시장진입을 통해 덩치를 크게 키우고 국민들의 일자리를 대량 창출하는 등 양적 성장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불안한 창업과 빈번한 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부지기수이다.

‘3不해소’ 정책역량 집중해야
외환위기 이후 무너진 대기업들도 있지만 발 빠른 해외 직접투자(FDI)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초국적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이들 대기업의 충실한 하도급업체로서 소임을 다하는 한편, 대다수 업체들은 좁은 내수시장을 두고 과당경쟁을 벌이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대기업의 정규직 임금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선 반면,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생존선상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장기 저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중소기업들은 내부혁신을 한층 강화하면서 부채규모의 조정, 사업전환 등 자구노력을 배가해야 된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도록 지식 서비스산업과 융·복합 제조업, 스타기업의 육성 등에 박차를 가해야하며 이를 위해 정책기조의 대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른바 ‘3불(不)문제’, 즉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중소기업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 주기를 바란다.

최용호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산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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