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개드립, 엽기, 대박, 된장녀, 훈남, 꿀벅지, 디스, 레알, 차도남, 솔까말…
일상생활 중 한 번쯤은 써봤거나 혹은 자주 쓰는 표현이 여럿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재된 ‘역대 연도별 인터넷 유행어’라는 제목의 사진 속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2012년 최고의 유행어는 뭘까? 최근 올해 가장 주목받은 유행어는 ‘멘붕’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배재대 서재필대학 미디어정보사회학과 학생들이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유행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2%가 ‘멘붕’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고 답했다. 멘붕은 ‘멘탈(Mental) 붕괴’의 줄임말로 우리말과 외국어가 결합된 축약어다. 정신적 공황상태를 의미하는 이 용어는 언제부턴가 방송, 신문지상을 수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내가 네거티브에 너무 시달려서 ‘멘붕’이 올 지경”이라고 말한 바 있다. ‘멘붕’이란 표현은 생각지 못한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당황스러울 때(43%) 쓴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자포자기할 때(27.3%), 창피한 일을 당했을 때(16.6%), 분노를 느낄 때(8.3%)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멘붕’이 유행어가 된 사회적 배경에는 경쟁에 따른 불안감과 좌절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 외에 의사소통이 부재하는 현실, 정치권에 대한 절망, 양극화 심화 등이 꼽혔다.

유행어는 시대상 반영 해학과 풍자로 세태 비판 역할도

이처럼 유행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멘붕이 올해의 최고 유행어로 등극한 건 녹록치 않은 현재의 우리 생활상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다. 유행어의 사전적 의미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나 구절’이다.
그러나 유행어에는 대부분 세태를 날카롭게 그려낸 해학과 풍자가 잘 녹아 있다.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풍자적 유행어로는 개그맨 최효종의 ‘ㅇㅇㅇ 되는 법 어렵지 않아요~’와 4대강 녹조현상을 빗댄 ‘녹차라떼’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신조어 ‘우유주사’는 프로포폴을 지칭하는 은어로, 지난여름 내내 포털 검색순위 1위에 오를 만큼 크게 유행했다. 내연녀의 사체를 유기한 산부인과 의사의 문자메시지로 화제가 된 우유주사는 지극히 은유적이며 저급하다.
외국어를 응용한 유행어도 있다. real을 발음 나는 대로 읽은 re(레)al(알)은 진짜? 정말로?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 경시, 경멸을 뜻하는 영어 ‘Disrespect’의 줄임말 ‘디스(Diss)’는 연예인이 랩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서로 헐뜯거나 씹어대는(?) 것을 의미한다.
유행어의 유형으로 가장 많은 건 역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깜놀(깜짝 놀람), 불금(불타는 금요일), 진상(진짜 상놈) 등 축약어다. 이에 대해 한글학회 관계자는 “유행어는 시대의 감성과 문화 트렌드를 반영하며 언어 쓰임새의 폭을 넓힌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한글을 파괴하고 세대 간 대화에 혼란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며 “유행어는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수준으로만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최고 유행어는 개그맨 김준현의 ‘고뤠?’가 꼽혔다. 온라인 리서치업체 리서치패널코리아가 운영하는 패널나우가 회원 2만5795명을 대상으로 ‘2012년 상반기 최고 유행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7%(1만2217명)가 KBS 2TV ‘개그콘서트-비상대책위원회’의 ‘고뤠?’를 선택에 1위에 등극했다.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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