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세대가 함께 하는 노년

여류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인 쉬안화가 마지막 연출작으로 생각했던 2011년 작 <심플 라이프>는 평단과 대중의 높은 찬사를 얻어, 쉬안화로 하여금 은퇴 심경을 번복하게 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국내에는 제 1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처음 소개된 <심플 라이프>는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제48회 금마장영화제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 등 23개의 트로피와 9개 후보 지명을 기록했고, 2012년 84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부문의 홍콩 영화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2011년 홍콩 최고 화제, 흥행작이란 ‘씁쓸한’ 영광도 안았다.
‘씁쓸한’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은 진지함과 흥행성을 두루 안배할 수 있는 재능 많은 쉬안화가 은퇴를 결심했었고 <심플 라이프>의 성공 덕분에 다시 이를 번복했다는 영화계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그 첫째다. 두 번째로는 <심플 라이프>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현대 사회, 가정, 개인의 입장과 심정을 이보다 더 잘 관찰하고 표현할 수 없다는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말해야 할 것이다.
즉 노년을 사색케 하는 <심플 라이프>와 같은 영화가 관객을 많이 모았다는 것은 그만큼 노후 문제가 나의 부모, 나의 문제로 다가왔다는 위기의 뜻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플 라이프>는 <천녀유혼>시리즈와 <황비홍> 등을 제작한 홍콩의 유명 영화 프로듀서 로저 리의 개인사를 바탕으로 하여 혈연으로 맺어진 식구만을 가족으로 여기는 편협한 사고가 고령화 사회의 걸림돌이 될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또한 <심플 라이프>는 홍콩의 최고 스타 유덕화가 제작을 자처하고 시나리오에 감동받아 주연까지 요청한 작품이다. 홍콩 느와르의 청춘 아이콘에서 진지한 소품에 돈을 대는 제작자로 성숙한 유덕화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유명 감독과 배우의 우정 출연도 <심플 라이프> 감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극중 로저(유덕화)가 중국 출장에서 영화 일정을 의논하고 함께 술을 마시는 영화인들로는 서극 감독, 홍금보가 자신의 이름 그대로 출연했고, 요양병원 운영자로는 황추생이 애꾸눈으로 등장하며, 영화 시사회 장면에서는 관금붕 등을 볼 수 있다.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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