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가 기억해야 할 ‘호암의 기업가 정신’

최근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 25주기를 맞아 ‘호암의 기업가 정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 경제계 인사는 “호암의 정신은 현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절실한 기업가 정신을 되새기는데 큰 교훈을 주고 있다”는 추모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호암의 경영 원칙을 일대기 형식으로 풀어 쓴 책 ‘호암 이병철 義’도 주목받고 있다. 저자를 만나 호암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997년 언론계에 입문해 매일경제신문 삼성 출입 기자로 활동한 저자 민석기는 호암 이병철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형 CEO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면서도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위기에 대처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 세대에게 이병철은 삼성가의 토대로만 회자되지만, 내가 느낀 이병철은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세계 최고의 기업인이다. 확실한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항상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 노력했고, 창조적인 혁신을 이뤄낸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 회복을 위해서 많은 기업인들이 되새겨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요즘같은 경제 위기에 도전을 멈춘 기업문화는 앞으로 우리 경제에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벤처기업이 늘지 않고 있고,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은 멈춰있다. 돈을 가진 대기업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현금 보유율을 높여만 가고 있다. 도전하지 않는 사회는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 이병철의 기업가 정신을 재조명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가 생각한 이병철의 성공비결을 물었다.
그는 “이병철은 젊은 시절 공부도 썩 잘하지 못했고 몸도 약했으며 실업자로 지내며 노름에 빠져 살기도 했다. 그토록 방황했던 그가 우리나라 최고 기업가의 반열에 오른 비결은 확고한 사업 원칙에 있다. 그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전 세가지 원칙에 맞는지 먼저 확인했는데, 첫 번째가 국가에 도움이 되느냐, 두 번째가 민족에게 도움이 되느냐, 마지막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 같은 철학과 원칙은 삼성이 국민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그룹은 세계 속 한국을 알리는 데 일조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무분별한 사업 확대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병철이 삼성가의 오너로 현 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저자의 생각을 물었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73세에 반도체 투자를 결심했을 정도로 신사업 진출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돈이 되는 시장을 찾아 진출하고 있는 지금의 삼성의 모습과는 다르다. 협력업체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따뜻한 흡인력’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발 벗고 나섰을 것이다.”
저자는 도전적인 경영자의 모습과 따뜻한 인간미를 보인 이병철의 모습을 중소기업과 대기업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은 상대방의 말을 항상 끝까지 세심하게 듣는 ‘경청’하는 자세를, 대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 진출의 ‘도전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삼성가가 빵집까지 진출하는 것을 보고 이병철의 기업가 정신을 1%라도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상생하는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기 보다는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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