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달에 생각해보는 사진의 과거와 현재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는 시대다.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으로 인해 필름과 인화 값 걱정 없이, 보이는 모든 것을 찍어대고, 보내고, 저장한다. 그래서인지 찰칵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경계심을 갖게 되고, 인터넷 공간의 넘쳐나는 아마추어 사진에 질린다. 인류문화유산으로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귀한 사진에 대한 갈구가 그만큼 커지는 이유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2012 서울사진축제’는 사진의 대중성과 희귀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무엇보다 전시 공간이나 주제, 내용의 넓이와 깊이와 다양성에 압도된다. 따라서 홈페이지(www.seoulphotofestival.com)에서 장소, 주제, 일정을 확인한 후 관심 있는 전시를 선별해보는 것이 좋겠다.
메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청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기억’(12월30일까지)전이다. 사진의 사회적 기능과 실천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전문작가 작품 중 내가 현재 살고 있는 북촌의 옛 모습을 담은 임인식(1920~1980년) 선생의 사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1959년 인사동에 국내 최초로 사진 화랑을 개업했던 사진작가 1세대인 임인식선생의 사진에는 청암사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장남 임정의씨의 설명이 붙어있다. 아들이 골목 많은 가회동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비행기를 타고 찍었다는 북촌의 부감, 한옥에 둘러싸인 초가집 앞마당에 선 가족들, 조개탄 연기로 자욱한 재동초등학교의 겨울 등, ‘가회동 38번지’에 살던 시절 사진들이 정겹다.
전차가 다니던 한국은행 본점 앞길, 소가 쟁기질 하는 너머로 아파트가 보이는 1970년대의 압구정, 뚝섬의 빨래터, 난지도의 오두막 등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옛 모습을 확인하고, 그리운 그 공간에서 출생, 입학, 졸업, 결혼을 했던 보통사람들의 추억의 앨범을 들춰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1880~1989’(2013년1월13일까지)전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성균관대학교박물관에서 열리는 ‘유리원판에 비친 한국의 문화유산’(2012년12월24일까지)전과 연계해 보면 좋다.
그 외 ‘사진의 달’ 참여 미술관과 갤러리는 16개에 이른다. 수생 식물을 중심으로 새, 말, 나무 등을 둥글게 배치하여 지구 환경을 생각해보게 한 관훈동 갤러리 나우의 ‘캐서린 넬슨 사진전’,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의 ‘마리오 자코벨리 사진전’ 등의 외국 작가와 국내 작가 작품의 정통 사진에서 색채를 가한 실험적인 작품까지 다양한 사진 작업을 볼 수 있다. 셔터를 눌러댄다고 모두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얻는 건 아니라는 점을 사고할 수 있는 12월이다.

- 옥선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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