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發 양적완화 재정 리스크 점검해야”

일본의 총선이 자민당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총선은 일본 경제가 지난 ‘잃어버린 20여년’의 긴 불황을 극복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잃어버린 30년에 진입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되었다. 자민당의 경제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크게 재정, 금융, 원전, 그리고 TPP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한국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칠 재정, 금융 공약에 대해 살펴보겠다.
우선, 재정 정책의 경우 자민당은 명목 성장 3%를 목표로 향후 10년간 총 200조엔 규모의 대규모 공공투자를 시행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장 2013년도의 1차 긴급 경기대책을 시작으로 3년간은 도로망을 집중 정비하고, 쓰나미 피난 시설을 확충하는 소위 ‘국토강인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200%를 이미 넘어서버린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지 미지수다. 한편 금융완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해소 효과 또한 매우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다수이다.
왜냐하면 정작 중요한 물가 제고 수단이나 은행 대출을 확대할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본 은행이 2007년까지 10년 동안 10차례 이상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추진했지만 물가는 마이너스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자민당이 2~3%의 성장률을 목표로 내건 대담한 재정과 금융 정책은 그 자체로 모순점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재정투입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막대한 재정적자에 대한 재정리스크를 감안하면 경기 부양이나 양적 완화의 규모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성적인 수요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관련 정책들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공약도 부족해 일본 정치권의 장기불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여전히 약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렇지만 공약의 파급효과가 작다고 해서 우리가 안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공약의 실행 과정에서 엔화의 장기 약세나 일본 국채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일본의 수출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공세’에 나선다면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또한 일본의 新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깨질 경우,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IMF도 일본의 재정 구조에 대해 강한 어조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바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각자의 재정상황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고 세계 경제의 장기 저성장에 대한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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