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줄이려면 과일·채소 안주 선택해야

사회활동을 하다 보면 직장 업무와 연관돼 다양한 관계와 집단에 소속되며 연말연시의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송년회와 신년 모임을 가지게 된다.
이런 모임들은 주로 저녁부터 밤 시간에 일어나는데, 잦은 모임 속에 일상적인 리듬이 사라지고 식사량을 조절하기, 건강에 좋은 음식을 가려서 먹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와 같은 건강한 습관은 지키기 어려운 반면, 귀가 시간은 불규칙해져 수면 리듬이 유지되기 어렵고, 음주 후에는 수면의 양이 줄어들고 질이 나빠져 깊은 잠을 못 자게 되므로 피로 회복은 더뎌지게 된다.
잦은 회식과 동반된 과도한 음주는 그것만으로도 수면장애와 피로와 같은 증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위장장애, 지방간과 간염, 만성 성인병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한 해를 정리하며 즐겁게 내년을 맞이해야 할 송년회 기간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두렵고 피하고 싶은 기간으로 변모하는 것은 누구나 원하지 않지만 겪어야만 하는 일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이 기간을 피할 수 없다면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술 (알콜)은 구강부터 소장까지의 모든 점막에서, 특히 소장에서 주로 흡수된 후 간과 근육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숙취 유발 물질로 전환되고,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배출된다. 알코올의 대사 과정에 작용하는 효소의 종류와 양에는 개인별 차이가 있어서 술 취하는 속도와 분해하는 속도가 달라진다.
적절 음주량은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보통 하루에 소주 한 병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해진 음주량에 상관없이 술자리에서 만취하지 않았더라도 다음날 숙취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온다면 자신의 적정 음주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보면 되고, 이후 최소한 3일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야 그나마 간기능이 회복될 시간을 벌 수 있다.
술에 취하는 속도는 술의 종류와 알코올 도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숙취는 섭취한 알코올 량과 속도에 비례하므로 어떤 종류의 술이던지 과량을 섭취하게 되면 취하고 다음날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흔히 술이 덜 취하는 방법으로 술과 함께 기름진 안주를 먹거나 물과 과일을 많이 먹어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약한 술을 마시라고 하는데, 이는 늦게 취하고 덜 취하게 만듦으로써 술을 오히려 더 오랜 시간 동안 마시도록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날 숙취 해소를 위한 방법도 여러 가지가 쓰인다. 그 중 몇몇은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우나를 과도하게 하는 것은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많이 손실돼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과 열량을 소비하게 되므로 음주 다음날 오히려 목이 많이 마르고 고열량 음식을 찾게 된다.
하지만 숙취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날 과다한 열량, 특히 각종 해장국 가운데 고기 국물과 같이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 소화 과정에 에너지를 부가적으로 소비하고 체중 증가로 말미암아 일상생활 유지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므로,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반면 충분히 물을 마시고,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지방 량이 적은 탄수화물, 단백질 식품을 적정량 섭취하며, 각종 과일과 신선한 채소에 풍부하게 포함돼 있는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는 것은 알콜과 아세트알데히드 분해에 도움이 된다. 각종 숙취 해소 음료는 과장 광고와 함께 음주 후 별 다른 대안이 없기에 찾는 것이지, 아직 효능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음주량을 스스로 조절하기가 여의치 않다면 무엇보다 술자리를 아예 피하거나 횟수를 줄이는 게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겠지만, 매번 가족이나 건강을 핑계로 피할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해야 한다면 현명하게 대처해야하겠다.
식사나 안주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이 해보자. 고기 집에 갈 때는 삼겹살과 같은 지방이 많은 고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지방이 덜 함유된 부위를 선택하고, 채소를 함께 충분히 먹되 밥이나 국수, 누룽지와 같은 탄수화물은 피해 전체적인 열량 섭취를 조절해보도록 한다.
기름에 튀겼거나 짜고 매운 안주는 술을 더 많이 마시게끔 하니 피하고, 다음날 숙취를 줄이려면 과일이나 신선한 채소로 된 안주를 선택한다. 회식 장소로 조용한 곳을 선택하여, 무작정 떠들며 술을 마시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피곤하더라도 오후에는 카페인 음료를 가급적 피하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것도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술을 많이 마시면서 피로하지 않고 업무량과 효율을 그 전과 같이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은 없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음주를 아예 피할 수 없다면 자신에 맞는 적절 음주를 하되, 전후로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하는 것이 송년·신년회 기간에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배우경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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