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살갗을 에이는 날, 올 여름에 갔던 안산시를 다시 찾는다. 성호 이익을 기리는 성호기념관을 시작해 최용신 기념관~원곡동 다문화거리~구봉도~탄도 순으로 여행을 한다. 짧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찾는 일은 드물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한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깊숙이 들여다 보게 된다. 당일 여행지, 이 즈음에 아주 적절한 여행코스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찾아들어 공단 많은 안산시에 정착했다. 인도, 태국,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중국 등 노무자들이 많다. 마치 외국에 온 듯한 거리 여행이 재미있다. 열대지방에서 먹는 야채와 과일이 즐비하고 가판에서도 이국적인 특색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중국만두와 큰 꽈배기 등을 파는 집을 기웃거려 보고 태국, 베트남 음식점에 들러 이색 맛을 즐겨본다. 주민센터 공원에서는 중국 사람들이 몰려 마작 대신 포커로 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곳저곳 이색적인 거리를 배회하다 해바라기씨 한 봉지 사들고 대부도를 찾는다.
오이도를 지나 긴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에 이른다. 대부도는 서해안에서 제일 큰 섬으로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하여 대부도라고 했다. 선감도, 불탄도, 풍도, 육도 등 5개의 유인도와 중육도, 미육도, 말육도, 변도, 잠도, 흘관도, 터미섬, 큰터미섬, 할미섬, 외지도, 대가리도, 소가리도 등 12개의 무인도가 있다. 대부도 도로변으로는 온통 바지락 칼국수 집이다. 원조라는 할매표 바지락 간판을 보면서 구봉도를 찾는다.
마을 깊숙이 들어가 있는 구봉도는 1950년대 초 염전을 만들기 위해 쌓은 제방으로 육지화가 되었다. 섬 들머리 저수지에는 낚시좌대가 즐비한데 겨울철에는 한갓지다. 종현어촌체험마을(032-886-6044)에서부터는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안산시에서는 걷기 좋은 해솔길 코스(74㎞)를 만들었는데 구봉도가 제 1코스다. 해안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백사장 끝자락에 ‘할매, 할아배 바위’가 있다. 고개를 바다 쪽으로 돌리면 멀리 영흥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이 바위는 낙조 사진 포인트가 된다. 조금 더 걸으면 나무 데크로 만든 다리가 나온다. 다리 밑으로 가면 또다른 바다다. 인천대교와 송도신도시도 눈에 들어온다. 데크 계단을 따라 오르면 조그만 무인도인 고깔섬과 이어진다. 섬 끝에 낙조전망대와 멋진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서해안의 아름다운 노을과 햇빛을 형상화한 공모 작으로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운치 있는 이름의 작품이다. 참고로 체험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해안길에 물이 차면 산으로 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또 솔밭야영장과 낚시터의 해질녘 풍광도 볼만하다.
구봉도를 비껴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탄도(단원구 선감동 717-3, 032-885-3745, http://www. tando.or.kr/)를 만난다. 탄도는 ‘숯을 팔아서 먹고 사는 섬’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 오래전 탄도에는 참나무가 무척 많았단다. 섬사람들이 밤새 참나무를 태워 숯을 만든 뒤, 아침이면 탄도포구에서 전곡항으로 건너가 화성 송산면 장터에 숯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아직도 탄도를 ‘숯무루’란 정겨운 옛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현재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1.1㎞의 물길이 이어진다. 예전엔 갯벌로 연결됐지만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시멘트로 포장했다. 그 길에 높이 100m짜리 거대한 풍력발전기 3기가 들어서 있다. 또 탄도와 누에섬 사이에는 애틋한 사연을 담은 ‘부부바위’가 있다. 멀리서 보면 누에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누에섬에는 17m 높이의 등대와 함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는 하루 두 차례 6시간마다 물길이 열리는데 승용차 진입은 안된다. 또 탄도 입구에는 안산시 어촌 박물관이 있고 걷는 코스도 만들어져 있으며 전곡항도 인접해 있다. 탄도항에서도 멋진 일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침과 저녁 일교차가 심한 날에 더욱 붉은빛을 띤다.
그 외 그랑꼬또(032-886-9873, 대부동동 1253-1, grandcoteau.co.kr)와 쌍계사(대부북동 1058 032-886-2110)가 있다. 그랑꼬또 와인은 안산 대부도에서 생산하는 캠벨어리 포도로만 생산하며 해외에서 생산 판매되는 와인에 비해 떨떠름한 맛이 적고 달콤하며 향이 풍부해 우리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급스럽고 맛이 좋다. 쌍계사는 숙종 15년(1689) 승려 죽헌에 의하여 창건되었는데 목조여래좌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81호)뿐 아니라 독특한 약수가 있다. 유래가 전해온다. 옛날 한 승려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현몽하기를, 우물에서 용 다섯 마리가 구름을 타고 승천하는 것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승려는 꿈에서 본 장소를 생생하게 기억하였는데, 큰 물 위에 산이 있고 그 산중에 우물이 있는 곳이었다. 승려는 꿈속에서 본 장소를 찾으러 다니다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에 이르러 황금산 기슭에 우물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꿈에서 본 우물과 같으므로 승려는 그곳에 정수암(淨水庵)이라는 절을 세우고, 우물을 용정(龍井)이라 했다고 한다. 지금도 용의 아가리와 이빨 같이 생긴 용정에서는 사시사철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다.

■여행정보
○자가운전 : 서해안 고속도로 안산 분기점~월곶IC~시화방조제~대부도~구봉도부 고속도로 신갈분기점~영동고속도로 월곶IC~시화방조제~대부도
○대중교통 : 123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리면 탄도다. 문의:녹색교통과(031-481-2955)
○맛집 : 안산시청에서 소개받은 집은 원곡동 다문화거리에 있는 태국음식점인 수왈(031-494-0338, 원곡동 794-8 4층)이다. 대부분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뿌 팟뽕카리(카레를 넣어 만든 꽃게요리)와 팟 카카오 타이(닭고기 볶음밥)을 먹었다. 무이네 베트남 쌀국수집(031-409-2229, 원곡동 791-1)은 여주 진상명품전에서 상을 받았다고 한다. 인도요리집으로는 칸티풀(Kantipur, 031-493-9563, 원곡동 794 2층)이 유명하다. 대부도 탄도 못미쳐 길 옆에 횟집촌이 있는데 그중 11호가 가장 인기다. 조개구이를 찜기에 쪄주고 회, 매운탕, 칼국수까지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사진은 탄도 낙조 모습.

-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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