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부각됐다. 새 정부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국정철학에 그대로 담길 것으로 예상이 돼 많은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초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신년사에서 소개된 “중소기업 시대”라는 용어가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적 성장신화시대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질적 성장신화시대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민주화를 우리 사회에 잘 정착시키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이 중소기업 시대를 열어가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 자영업의 공급과잉,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같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많은 문제의 해결방법 또한 여기에 있다. 공급과잉이 된 자영업보다는 양질의 중소기업 창업을 늘리고, 기존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갖춰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해 낼 수 있고,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문제도 완화시킬 수 있다. 또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자가 공급이 과잉된 자영업이 아니라 오랜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혁신형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거나 새로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시대를 이끌어갈 주체가 누구 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우선 중소기업 자신이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는 과거에도 항상 거론되던 주제로 지금 새삼스럽게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수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많았던 현 정부에 비해 새 정부는 중소기업과 벤처창업에 훨씬 많은 관심과 배려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은 정부와 산업계 모두 제2의 벤처 붐 조성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새로운 벤처 붐이 만들어지려면 무엇보다도 창업에 도전하는 모험가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1990년 말 벤처 붐 이후 10여 년 동안 심각한 침체기를 겪으면서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는 극도로 위축됐다. 이미 많은 창업실패자가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했고, 이를 바라본 많은 사람이 벤처창업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인 50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창업시장에 잔잔한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아 경쟁에 익숙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 50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창업시장에 조금이나마 온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창업-투자-성장-투자금 회수(Exit)’로 이어지는 벤처생태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더불어 창업에 실패한 경험도 자산이 될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면서 건전한 벤처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간이 중심이 돼 선순환 창업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1990년대 말 성공신화의 모습을 우리는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 문제가 그 어떤 과제보다도 중요한 지금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이 새 정부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기업가정신이 다시 서지 않고서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경제민주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경수
(주)셀트리온 화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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