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남의 승용차에서 금품을 훔친 10대 3명이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군 등은 지난해 11월30일 오후 10시34분경 부산 수영구 모 교회 앞에 주차된 김모씨의 승용차에 들어가 현금 3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 등은 차량에 오랜 시간 머물며 곳곳을 뒤지고 담배까지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에 CCTV나 지나가는 행인도 없었지만 이들의 행동을 목격하고 증거를 확보한 건 바로 차량 내 블랙박스. 경찰은 블랙박스의 녹음 파일을 분석, 이들을 붙잡았다.

블랙박스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차량 내의 ‘조용한 목격자’ 역할을 하며 어느 순간 운전자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영업용 택시는 대부분 차량에 블랙박스를 장착했다.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도 너도나도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추세다.
블랙박스가 사고 예방은 물론 자동차보험료 할인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특히 운전 관련 분쟁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 운전자들이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회사들은 블랙박스의 사고 및 범죄예방 효과를 감안해 2009년 4월부터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한 경우 보험료를 3~5% 할인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 1345만명 가운데 9.8%인 132만명이 블랙박스를 달아 보험료를 할인받고 있다. 인기가 높은 만큼 블랙박스의 종류도 VGA급, D1급, HD급, 1채널, 2채널 등 매우 다양하며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좋은 블랙박스를 고르는 일이 더욱 복잡해졌다.
블랙박스 관련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구매 시 선택 요령으로 △‘믿을 만한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것 △최소 고화질(HD·720p)급 이상, 120도 이상 시야각을 확보한 제품을 구매할 것 △구매 후 사후관리(AS)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 △소비전류가 낮은 제품을 구매할 것 등을 제시했다.
또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한 이후의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를 설치하고도 사고 발생 시 장면이 녹화돼 있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블랙박스의 카메라 기능과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카드를 반드시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교통사고 현장에는 ‘사고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 대신 ‘사고가 녹화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구합니다’란 현수막이 붙고 있다. 바야흐로 사고 목격자들의 엇갈린 증언보다 블랙박스의 영상이 힘을 발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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