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와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 지수는 2012년 11월16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12월 말 79.7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2012년 9월 27일 77.6엔에서 12월말 86.0엔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2012년 8월31일 1135원을 기록한 이후 2013년 들어 1060원대로 크게 하락했다. 약 4개월만에 원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5.8% 정도 절상됐는데, 이는 세계 20개 통화와 비교하더라도 원화가치 절상률이 러시아(5.9%) 다음으로 높은 순위이다. 이러한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외환시장이 보이고 있는 특징은 다음의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안전자산 선호현상 약화다. 미국의 양적완화 시행 및 재정절벽 협상 진전, 유로존의 단일 은행감독 기구 출범 합의 등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일정부분 해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약세를 유발한다.
둘째, 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시행의지 표출이다. 작년 11월 중순 이후 총선에서의 승리가 예상되던 아베 자민당 총재가 총선을 앞두고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시행할 것임을 거듭 주장했고, 이를 계기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12월16일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아베 신임 총리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 추진이 부각되면서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됐다.
셋째, 국내로의 외화유입 확대를 들 수 있다. 2012년 11월 한국의 경상수지는 68.8억 달러로 1980년 이래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로 인해 12월 들어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돼 주요국 통화에 비해 원화의 가치는 두드러지게 상승하였다.
2013년 중에도 달러화 약세, 엔화 약세, 원화 강세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유로존의 은행동맹 및 재정통합도 보다 진전될 것으로 보이며 미 연준과 ECB는 미국과 유럽 지역의 경기회복 속도 부진으로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안전자산선호 현상 약화 지속으로 인해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음으로 아베 신임 총리의 무제한 양적완화 추진 가능성 등으로 엔화는 추가적인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중앙은행도 물가 목표치를 상향 조정(1%→2%)하고 2014년부터 무제한 자산매입을 결정했다.
최근 외환시장의 특징이 시장 펀더멘털 요인보다는 주요국의 통화 및 외환 정책 측면에 기인하고 있어 국내 외환 당국도 환율 결정을 시장에만 맡겨두기보다는 정책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그동안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가 대내적으로 충격이 발생하면 이들 자금이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 외환 당국은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시기에 세계경제가 호조를 보여 원화 강세의 악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했으나, 지금은 세계경제 저성장기하에서의 원화 강세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수출기업은 환리스크 관리 강화와 함께 원가절감, 시장 다변화, 사업구조 고도화, 브랜드력 제고 등의 대응체제를 보다 철저히 추진해야 한다.

고덕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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