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 계열사 광고물량의 60% 가량을 수주하던 계열사 A. 이 회사는 최근 친족기업인 B사에 물량의 절반을 넘겨주고, 대신 B사 물량을 받아오는 거래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A사는 계열사 물량 비중을 30% 이하로 낮춰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이 일감몰아주기 ‘꼼수’를 부리는 것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계열사 등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기업은 변칙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 증여세를 내야 한다. 앞으로 재벌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친족기업과 거래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기업이 일감을 몰아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숨겨진 일감 몰아주기’로 불리는 친족기업 간 편법거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를 의무화하면 그 실상을 낱낱이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대기업 총수의 친족기업 간 거래공시를 추진하는 것은 사주 일가 기업끼리 이뤄지는 은밀한 편법거래가 만연한 탓이다.
공정위는 최근 “총수의 친인척이 사주로 있는 친족기업과 이뤄지는 거래 현황을 대기업집단이 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방식의 친족기업 간 대규모 거래는 쉽게 드러나지 않아 공시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족기업 간 거래 공시를 의무화하려면 공정거래법을 고쳐야 한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비상장사 관련 공시를 의무화한 공정거래법 제11조가 개정 대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 2항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사이에 이뤄지는 상품·용역 거래나 주식·부동산·자금 거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제11조 3항은 비상장 계열사의 대주주 주식보유·변동 현황, 자산이나 주식의 취득·증여·담보 제공 등을 공시토록 한다.
공정위는 이 두 조항을 근거로 매년 대기업집단 내부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어떻게, 어느 규모로 이뤄지는지 치밀하게 점검해 실태를 발표한다. 여기에 친족기업 간 거래까지 공시 대상이 되면 총수 주도로 이뤄지는 재벌그룹 일감 몰아주기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를 올해부터 강력히 제재하면 대기업들의 회피 `‘꼼수’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친족기업 간 거래 공시 의무화는 이런 부작용을 들춰내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정비 가맹점 `‘블루핸즈’에 매장 리뉴얼을 강요한 탓에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리뉴얼 과정에서 현대차는 블루핸즈 가맹점에 특정업체의 책상, 의자, 소파 등을 사서 쓰도록 했다.
그 특정업체는 바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조카이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사촌인 정지선씨가 회장으로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 리바트였다. 현대차와 리바트의 거래는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사례다.

친족기업 일감몰아주기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에는 대기업이 창업 1세대에서 분사한 친인척 보유의 기업과 거래함으로써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수법이 주로 활용된다. 한 지붕 밑에 있는 계열사 간 거래에서 한 걸음 더 진화한 편법이다.
이는 창업주에서 2세, 3세, 4세로 이어지면서 재벌그룹은 수많은 형제, 삼촌, 사촌 등 친인척을 거느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은 해당 재벌그룹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어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은 ‘친족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친족기업이 모그룹의 일감을 하나 둘씩 나눠 갖다 보면 정작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먹거리는 사라지고 만다.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심각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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