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일단 결정된 것을 신속하게 밀어 붙여서 단기간에 실적을 이뤄내는 한국인들의 추진력에 감탄한다고 한다. 결정된 것에 집중하고 조기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각 개인들이 스스로 정보를 분석해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데에는 서투르다고 지적한다. 실행에 강점이 있는 반면 의사결정 능력은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이러한 평가로부터 우리의 전략적 사고 능력과 냄비 기질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주적 의사결정 익숙치 못해
냄비 기질은 열을 가하면 쉽게 끓었다가 열을 끊으면 쉬이 식어버리는 냄비 속의 물 같은 속성이다. 이와 같은 기질은 우리의 사회 생활에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이며 차근차근 따지고 분석하기 보다는 남들이 하는 대로 빨리빨리 결정돼 추진되기를 바란다. 유행에 잘 휩쓸리고 선동에 약하다. 자신의 판단에 의한 투자보다는 남을 따라 하는 묻지마 투자의 현상을 보인다. 꼭두각시 같이 행동하면서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여기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와 같은 냄비 기질을 지니게 됐는지 몇 가지 추론을 해 본다.
첫째, 전통적으로 우리는 전제적인 권력을 지닌 군주정치 하에서 살아왔다. 해방 이후에도 주어진 민주주의를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1인 독재, 군부 독재와 그 후유증으로 국민들이 자주적인 의사결정에 익숙하지 못하다.
둘째, 획일적인 학교교육, 군대 생활, 공동체를 강조하는 문화 등이 개인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집단적인 행동에 익숙한 성향을 지니도록 했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계속된 정보 통제에 의한 국가통치 습성과 그 잔재다. 특히 언론은 수십년 동안 사실에 입각한 심층적인 보도보다는 조작과 왜곡, 진실 은폐, 선동 등 권력 획득과 유지의 수단으로 기능했다. 구습의 잔재는 아직도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넷째, 근대화, 산업화 이후 ‘빨리빨리’의 분위기는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즉각적이고 집단적으로 부화뇌동하는 행동을 강화시켰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집단적으로 끓고 식는다.
원래 우리 민족은 느긋하고 여유를 즐길 줄 알았던 문화적 기반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화와 독재를 거치면서 조급하고, 충동적이며, 집단적으로 잘 반응하는 냄비 기질을 지니게 됐다. 문제는 이와 같은 냄비기질이 우리의 경제, 경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경제 체력을 보강하기 보다는 경기변동의 진폭만을 더 크게 해 경기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각자가 사실을 직시하고 분석해 냉정하게 결정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하더라’ 방송에 맹목적으로 휩쓸리고 추종한다.

미래의 변화를 주시하라
특히 냄비 기질은 전략적 사고와는 상반되는 것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전략적인 사고는 현재를 움직이는 핵심 요인을 간파하고 미래의 변화를 투시해 현재의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주체적인 분석과 자주적인 결정이 전략적 사고의 기반이다. 전략적인 사고를 하면 사물을 독창적으로 인식해 새로운 사업 구상과 신제품 개발에 유리하다.
뉴스를 접하거나 신문을 읽을 때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현상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보도가 아니면서 나의 사업에 관계되는 정보라면 더욱 그렇다.
사업 비전이 잘 보이지 않고 경제 환경이 어려울수록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의사결정 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냄비 기질이 심하지 않은지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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