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소기업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손톱밑 가시’나 ‘신발속 돌멩이’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위상이 바뀌지 않고 경제민주화가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실제로 중소기업정책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새 정부는 중소기업정책에서 50%를 바꾸는 혁신보다는 5%를 바꾸는 개선의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비용절감에 비유해 말하면, 이면지 등을 사용해 종이사용을 줄이는 것이 5%의 개선이라면 전자처리방식을 도입해 종이 사용 자체를 없애는 것은 50%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중소기업 문제가 과연 5%의 개선으로 바뀔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의 신규진입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가 철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런 규제를 철폐한 후에 생기는 영세 소상공인간의 과당경쟁과 실패기업 확대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기존정책 근본적 재점검 필요

또 인력난에 허덕이는 한계기업들이 외국인력 도입 확대를 요청하지만, 그렇게 해서 저임금 상태가 유지되는 중소기업에 국내인력들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인력수급 미스매치의 해소라는 과제는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불가결한 인력육성에 관한 논의에서도 혁신적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직업훈련기관에서 몇 개월간의 맞춤훈련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해 취업을 시킨다고 하는 사업이 자주 시행되는데, 이렇게 몇 개월만에 양성될 수 있는 맞춤형 인력을 대학은 왜 4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양성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것은 직업훈련기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혹은 교육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개선보다 혁신의 발상 중요

중소기업에 대한 R&D 지원도 양적으로는 계속 확대돼 왔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된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원한 R&D사업을 대부분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현행 평가방식하의 불가피한 결과일 수도 있다.
만약 지원대상 대부분이 성공했다고 판정하는 절대평가방식 대신, 10% 정도는 평가를 통해 무조건 탈락시키는 상대평가방식을 택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평가를 받는 기업도 평가를 하는 평가위원도 평가를 주관하는 정책담당자도 모두 긴장해 제대로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정책도 새로운 기업생태계를 창출할 혁신적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견기업의 수가 왜 적은가에 대한 원인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견기업의 수가 적으니 기존의 중견기업을 더욱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대기업의 수가 적으니 대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만큼이나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
한정된 재원을 감안한다면 이미 업력도 꽤 되고 생존능력도 검증된 중견기업보다는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쟁력이 취약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왕성해 미래에 중견기업으로 발전한 가능성이 있는 혁신적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
몇 가지 정책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살펴보았지만, 이제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5%의 개선보다는 50%의 혁신의 발상으로 정책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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