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갈등 심화 … 위기·기회 공존

2013년 시작을 전후해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요국 신정부가 출범했거나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일본은 2012년 12월 26일 아베 내각이, 미국은 2013년 1월 21일 오바마 집권2기가 출범했다. 그리고 중국은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국가지도부가 교체되면서 5세대 지도부가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는 올랑드 사회당 정부가 2012년 5월에 출범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세계 주요국은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도한 국가부채 문제와 저성장, 고실업,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경제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을 요약하면 크게 5가지이다.
첫째, 재정건전화 추진의 속도 조절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은 재정건전화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기안정을 위해 재정건전화의 속도를 완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재정긴축을 통한 건전화에서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 즉 경제성장을 통한 재정건전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아베 내각부는 10조 3천억엔 규모의 경기부양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13조 천억엔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이들 국가들은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세입 확대와 재원 조달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둘째, 확장적 통화정책이다. 미국, 일본, 유로존은 내수경기 부양, 자국통화 약세, 재정위기 차단을 위해 무기한 또는 무제한의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아베 내각은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엔高 억제와 디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엔화가치가 크게 약세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환율갈등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셋째, 제조업 활성화이다.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통해 2016년까지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일본은 ‘제조업 강국’으로 강한 일본경제 부활을 주창하고 있다. 사회당 정부인 프랑스조차도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고용창출을 도모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은 이러한 정책기조 하에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이전을 유도하고, 기업 관련 세금부담 완화,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 수출확대와 자국시장 보호이다. 일본은 무역강국을 경제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삼고 있고, EU도 무역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제조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집권 2기를 맞은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수출 2배, 일자리 200만개 창출을 목표로하는 기존 국가수출확대정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요국은 밖으로 FTA 체결을 확대해 안정적인 수출시장을 확보하고 안으로는 자국산업 지원, 지식재산권 보호, 자국통화 약세용인, 통상압력 강화 등 자국시장을 보호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기술 개발과 국가인프라 확충이다. 주요국은 신재생에너지기술은 물론 전력, 의료, 교통 등에 IT기술을 접목한 IT융합기술을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가운데 일본은 재난방지 인프라와 전력, 중국은 도시화 등의 국가인프라 확충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주요국 신정부가 자국경제 챙기기에 급급한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세계경제는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글로벌 환율갈등이 첨예화 되고, 자국의 시장·기업·기술보호 중시에 따른 통상마찰, 외국기업 규제도 심화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은 두드러진 원화 강세를 극복하기 위해 환 리스크 관리 강화와 함께 원가절감, 시장 다변화, 사업구조 고도화, 브랜드 경쟁력 제고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기업 규제 강화, 통상마찰, 자국시장 보호 움직임에 대해서는 준법·정도경영, 현지화, 사회공헌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반면, 주요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추진으로 인해 위협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원자재 가격에 따른 원자재 수출국 부상, 주요국의 국가인프라 확충 및 제조업 유치경쟁 등은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시 기회요인이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커 원자재 수출 국가는 세계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양호한 시장이 될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 확대 등 주요국의 국가인프라 확충은 한국의 인프라 수출을 추진하거나 늘리기에 좋은 기회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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