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5년 전 ‘인간존중의 경영’을 화두로 회사에서 세미나를 개최한 일이 있다. 그때 일본에서 ‘유토피아 경영’으로 유명한 야마다山田昭男 미라이공업 사장을 초청해 현장사례를 직접 듣도록 했다. 그의 주장은 강연할 때나 강연을 마친 뒤 필자와 식사를 함께 할 때나 한결 같았다.
“사원들을 놀게 해야 해. 업무 할당량 따위는 필요 없어. 사원들은 알아서 다 해.”
그는 사원들에게 ‘먹이’만 주면 되지 지시, 감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당근만 있으면 사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성과주의는 필요없다. 마쓰시다 같은 대기업과 경쟁하면서도 미라이에는 영업목표나 생산목표를 사원들 개개인이 직접 정한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나 경쟁적인 인사제도도 아예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거의 유사한 회사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 회사가 금년 1월 초에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리더의 조건’을 통해 꿈의 직장으로 떠올랐다.
운이 좋게도 1월말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형 인사조직 연구회’ 멤버들과 이 회사를 방문하게 됐다. 1층에 있는 사원 카페에서 시작된 제니퍼소프트 이원영 대표의 이야기는 논리정연 할 뿐 아니라 너무 진솔하고 신념에 꽉 차있어서 마치 법당에서 설법을 듣는 느낌이었다.
이 대표는 첫 마디가 “직원이 회사에서 놀면 안되나요. 그래야 직원이 행복하잖아요”라며 복지투자는 이러한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구성원들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기업인에게 제일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단 근무시간이 매우 짧다. 주 5일 35시간으로 유럽에서도 복지가 가장 발달한 프랑스나 노르웨이 수준이다.
식비, 교통비, 통신비, 차량, 도서, 학원 수강비 등 회사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거의 모든 비용은 전액 지원된다. 심지어는 1천만원이 드는 비행사 자격 취득경비까지 지원했다. 일을 적게 한다고 급여도 적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하 1층에는 이 회사의 브랜드가 된 실내 수영장이 있어 직원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수영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된다’는 규정이 있어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수영장을 지어놔도 직원들이 눈치를 보고 이용하지 않을까 봐 이 대표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이 대표는 “인간이 자신의 역량을 가장 열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본 전제 조건은 신뢰와 자율성입니다. 자율성은 자존심에서 오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여와 보상’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다고 한다. 개인의 업무성과는 평가하지 않으며, 보상을 위한 평가 관계조차 끊겠다고 했다.
이 회사의 복지혜택은 탄탄한 경영성과와 무관하지는 않다. 2011년 매출은 60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2%에 달한다. 2012년 매출은 전년대비 20% 정도 상승했다.
3시간 정도의 방문을 마치고 회사 문을 나오면서 필자에게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제니퍼소프트 같은 착한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단지 ‘특이한 회사’에 그칠까.
최근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춰가는 기업이 실제로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하고, 시장 생태계에서 기업의 생명력이 오래 가면 기업 가치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착한 회사를 만드는 움직임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도 있다.
더구나 우리기업들이 IMF 이후 미국식 성과주의를 도입한지 20여년에 이르고 있는데 빛과 그림자가 있고, 문제점과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쓰나미 식으로 도입돼온 성과주의가 우리 고유의 문화나 풍토에 맞는지 한국형은 무엇인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재산
한국형인사조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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