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바닷가로 여행을 나선다. 행여 봄이 와 있을까? 올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가를 보여주려는지 꽃들은 몽우리를 보여주고 있어 아쉬웠지만 금세 따사로운 봄 햇살에 놀라 화들짝 피어날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로 되살아 난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에 도착해 우선 찾은 곳은 동피랑 벽화마을이다. 통영 바닷가를 끼고 우측 언덕으로 올라가면 동피랑 벽화마을이다. 차량이 올라서기에도 힘겨울 정도로 가파른 길이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기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않았다.
마을 입구의 UCC 빨간 우체통에서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으레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크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은 하루 뒤에 내 메일함에 수신된다. 추억이 사진 한 장으로 남겨진다.
이 마을은 원래 가파른 비탈에 들어선 통영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지역은 본래 야트막하지만 동암산(48.5m)산이라는 이름으로 존재되었다.
야산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하나둘 정착하게 되었고 동피랑 마을이 되었다. 통영말로 ‘피랑’은 벼랑 혹은 비탈을 뜻하는데, 동쪽 벼랑에 있으니 ‘동피랑’이 된 것이다. 그러다 철거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낡은 집과 오래된 골목에 벽화가 그려졌다. 무수한 관광객들이 찾아들면서 온전한 통영의 유명 관광지로 거듭나게 됐다.
심심치 않게 동피랑 갤러리, 빠담빠담 촬영지, 구판장, 점방, 커피숍, 전망대, 쉼터 등. 더 정겨운 것은 마을 할머니들이 지킴이라는 것이다.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아, 마을엔 훈기가 쏠쏠 넘쳐난다.

이순신을 기리는 충렬사 내, 동백나무 꽃과 명정
통영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혹은 나가는 길목에서 어김없이 충렬사(사적 제236호, 통영시 명정동) 앞을 지나치게 될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사당으로 제7대 이운룡 통제사가 선조 39년(1606) 왕명에 따라 지었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불구하고 이충무공 사당으로는 유일하게 존속되었다. 충렬사에 들어서면 400년 정도 된, 수령 오래된 동백나무(경상남도 기념물 제74호) 고목들이 눈길을 끈다.
이 동백나무에 핀 꽃은 충렬사 바로 앞에 있는 명정(明井)과 이야기가 이어진다. 옛날 충렬사 근처 마을 처녀들은 새벽이면 명정샘(경정샘)에서 물을 길러갔는데 물을 긷기 전, 충렬사 경내에 들러 동백꽃을 물동이에 동백꽃을 띄웠다고 한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 미륵산(용화산)을 한눈에 보고 달아일주도로에서 낙조 감상
통영의 미륵산(461m)에서 케이블카(2008년 4월18일 개통)를 타보고 해안을 따라 달아 일주도로 해안드라이브는 통영 여행의 필수코스라 할 수 있다.
‘달아’란 이름은 이곳의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牙)를 닮은 데서 유래됐고, 또 한편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임금이나 대장 깃발인 아기(牙旗, 깃대 끝을 상아로 장식)를 꽂은 전선이 당포에 도달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해안 길에서 만나는 영운면의 고즈넉한 바다가 아름답고 전망대(달아공원)에서는 일몰이 멋지다. 통영 8경 중 하나로 전망대 왼쪽은 한산대첩의 현장인 한산도 바다, 오른쪽은 당포해전의 전승지 당포바다가 펼쳐진다. 낙조를 보고 나서는 해저터널 근처에서 야경은 보면 된다. 미륵도와 통영을 잇는 통영대교와 충무교 두 다리 아래, 통영운하 쪽에서 보면 된다.

서호시장의 시락국과 우짜, 빼떼기죽
통영의 새벽시장으로 알려진 서호시장 내에 유명한 음식점이 많다. 그중 시락국과 우짜, 빼떼기 죽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락국은 시래기국인데 경상도 사투리의 표현이다. 원조시락국(055-646-5973, 서호동 177-408)과 가마솥 시락국(055-646-8843, 서호동 177-40)등이 유명하다. 원조집은 장어국물을, 가마솥은 흰살 생선으로 국물을 내는 차이점이 있다.
또 우짜와 빼떼기죽이 맛이 좋다. 우짜는 우동+짜장의 결합이다. 우동과 짜장을 같이 먹고 싶어하는 시장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메뉴다. 밴댕이를 말린 ‘디포리’로 우동국물을 내고 단무지를 채 썰어 얹어 내는 것이 우짜다.
빼떼기죽은 옛날 생고구마나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볕에 말려 간식꺼리로 이용했다. 말리는 과정에서 고구마의 수분이 증발하면 얇게 썰어놓은 고구마가 비틀어지는데 이 모습을 경상도 지역에서 ‘빼떼기’라고 부른 것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양식이 부족한 겨울에는 이것을 넣어 죽으로 끓여먹었는데 이 죽이 ‘빼떼기죽’이다. 서호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집은 할매우짜(055-644-9867, 서호동 177-423)다. 작지만 실내가 깔끔하고 곁들여지는 깍두기도 맛있다.

충무 김밥과 오미사 꿀빵 이야기
통영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충무김밥이 있다. 충무김밥을 할매김밥, 꼬치김밥이라고도 부른다. 충무김밥은 흔히 알고 있는 김밥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여타 김밥과는 달리 소를 넣지 않는다. 대신 참기름을 바르지 않은 김으로 손가락 만하게 싼 밥에 깍두기와 오징어무침을 곁들여낸다.
오래전, 구 통영여객선터미널(‘뱃머리’라고도 불림) 주변에는 주전부리를 파는 행상들은 많았다. 지역 특성상 김밥은 쉽게 쉬어 버리기에 밥과 반찬을 분리한 김밥을 팔았다. 당시 멸치어장에서 잡히던 주꾸미, 홍합과 무김치를 대나무 꼬치에 끼워 김밥과 함께 종이에 싸서 팔았다고 한다. 여객선 안에서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나무 함지박에 충무김밥을 팔았다.
이후 주꾸미가 귀해지면서 오징어로 대체되어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80년대 국풍 81이라는 행사에서 김밥을 팔던, 뚱보할매김밥집(055-645-2619, 중앙동 129-3)을 운영하던 어두이 할머니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집은 유명세 탓에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어 한일김밥(055-645-2647, 항남동 79-15), 동진, 제일 김밥집이 인기다. 맛은 엇비슷하다.
통영의 주전부리로는 꿀빵이 있다. 꿀빵 집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통영 꿀빵을 유명하게 한 곳은 1963년에 시작한 오미사 꿀빵집(055-645-3230, 항남동 270-21, 통영적십자병원 뒤쪽)이다. 오미사 꿀빵을 만든 사람은 정원석 씨. 그는 통영에서 유명했던 평화당 제과점에서 제빵사로 일했다.
오미사 꿀빵이 통영의 대표적 음식으로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현재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아들이 현대적인 방법으로 2호점 꿀빵집(055-646-3230, 봉평동124-7)을 운영한다. 대신 원조집에서도 아직까지 빵을 만드는데 오전에만 구입이 가능하다.

다 있지’해서 다찌집?
술을 시키면 안주는 주인이 내주는 대로 먹는 술집문화가 다찌다. “서서 마시는 일본 선술집을 뜻하는 다찌노미(たちのみ)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통영사람들은 다찌라는 말을 모든 해산물이 다 있어서 ‘다 있지’라는 말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통영의 다찌집에서는 제철 생선회와 해산물들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그날그날 시장에 나온 음식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 술을 시키면 안주는 주인이 주는 대로 먹는 술집이 다찌집이다.
사진은
동피랑 벽화마을.
-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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