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 중 미술 분야는 특히 작가의 성장 배경, 작품 제작 과정, 의도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고는 시각 장애인의 코끼리 더듬기 예화에 빠지기 쉽다.
인상파, 큐비즘, 야수파 등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일련의 미술 유파까지는 혼자만의 감상이나 나만의 해석과 수용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지만, 아이디어나 개념을 중시하며 조각,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온갖 재료를 시험하는 현대 미술 작품을 접하면 ‘난해하다’는 표현만큼 진부한 게 없다.
오는 31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What : 신중국미술’전(이하 ‘@What’)은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하지 않으면 “신기하고 기발하네!” 정도의 인상만 남을 것이다. 전시회 제목마저 ‘@What’이라니, 처음부터 주눅이 든다.
한, 중 수교 20주년 기념전으로 기획된 ‘@What’은 중국의 대표적 국립미술관인 중국미술관과 아르코미술관이 공동 기획했다. 50년대 생부터 80년대 생까지, 출생 연도는 다르지만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중국미술 작가 8명의 설치, 조각, 드로잉, 영상 등 13점이 선정되었다.
작가의 수나 작품 수가 적어 ‘신중국미술전’이라는 거창한 부제목이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작품 개개의 규모와 다양성으로 인해 현대 중국 미술의 한 단면을 읽는 데 부족함이 없다.
먼저 전시회 안내서를 통해 중국 현대 미술에 대한 기초 지식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다. “오늘날 중국현대미술계에는 ‘85미술운동시기에 활동을 시작하여 중견작가로 오늘날까지 활발한 활동을 지속해온 쉬빙과 같은 작가들로부터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로 불리는 80년대 출생까지 다양한 층위의 작가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광대한 사회변화와 연동된 치열한 전위정신의 흐름이 서구와 관방에 의한 국제화와 성공의 과정을 경험했거나 목도했고 큰 영향을 받았다.”
쉬빙의 ‘새로운 영문 서예필법-춘강화월야’는 얼핏 서예 작품으로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다. 2천 개의 한자는 고의로 문자를 왜곡시켜 순수한 형태로 변화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 예술의 본령은 ‘가시성’이지 ‘가독성’이 아니라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라고 한다.
먀오샤오춘의 ‘네오 큐비즘-무중유생’과 ‘無始無終’은 서정적 분위기의 고전 음악을 배경으로, 서양 미술사의 고전 작품을 현재화시킨 3D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이다. 즉 작가를 닮은 인물들 유영이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이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등의 장소에서 행해진다.
원링의 ‘8 p.m. 서울에서의 하루’에서는 자신의 일상 행위를 거대한 만화의 형식으로 표현해온 작가의 서울 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천사같이도 보이고 새 같이도 보이는 거대한 조형물이 뒤엉킨 실타래에 감겨있는 천웨이의 ‘새 한 마리의 소생을 기다리며’는 날아오르려 하나 날지 못하는 인간의 굴레처럼 느껴진다.
중국 현대 작가의 난해한 작품 하나하나가 나의 추체험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 관객 없는 전시장을 독차지하는 것은 현대 미술 작품 감상의 최적의 방법이다.

- 옥선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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