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50대로 산다는 것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서울대 송호근(宋虎根, 1956~ ) 교수가 ‘이 시대 50대 인생 보고서’란 부제를 단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이와우 刊)>라는 책을 냈다. 현 정권의 총리 후보에까지 거론됐던 쟁쟁한 학자가 왜 이런 처량 맞은 제목의 책을 냈을까?
작년 겨울 어느 날 밤, 모임에서 마신 술 탓에 대리기사를 불렀다. 나이가 엇비슷한 대리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제법 잘 나가던 중견기업 부장출신이었다. 하지만 쫓기듯 퇴직한 후에는 아무데도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생활비를 보탤 겸 대리운전을 한다는 것이었다. 살길이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한없는 서글픔이 몰려왔다.
저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베이비부머 1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자신의 경험도 집어넣었다.
이 책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서울대 교수도 다른 베이비부머와 똑같이 교육, 주택, 생활비, 노후 걱정에 쩔쩔매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경북 영주의 산골에서 태어나 서울 변두리 판자촌에서 자란 소년 시절부터 20여 차례가 넘는 이사를 한 후에 겨우 집을 마련하고, 자녀 교육으로 등골이 휜 사연 등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인구학적으로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한다. 5천만 중 715만 명이 여기에 속하는데, 그들은 세대론적으로 아주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들의 80% 정도는 농촌에서 태어났다.
반면 자녀들은 농촌을 전혀 모르는 IT세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농촌에서 일생을 사신 부모와 아주 현대적인 IT 세대 사이를 연결하는 세대다.
또 하나, 이들은 대개 1인당 국민소득 50달러 시대에 태어났는데, 자녀들은 대개 1만 달러 시대에 태어났다. 그 사이를 잇는 세대로서 이들이 겪는 간극은 실로 엄청나다.
또한 이들은 ‘농업 세대’인 부모와 ‘IT 세대’인 자식의 부양을 모두 책임져야하는 경제적 이중고에 시달리는 초유의 세대이다.
송호근은 이들 베이비부머를 가리켜 ‘가교세대(bridge generation)’라고 명명한다. 50대는 대개 빈손으로 출발했다. 그들은 단절의 시대에 스스로 다리가 돼 대한민국이 미래로 진군하도록 만든 세대다.
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책 없는 사회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고 영양 상태도 양호해진 덕분에 50대는 체력이 젊은이와 다름없다.
그런데도 그들에게는 할 일이 없다. 산업화를 이끈 주역이지만 막상 퇴직을 당하거나 퇴직을 목전에 두고 보니 막막하다. 가진 건 별로 없고, 부모 봉양도 해야 되고, 자녀 교육도 아직 안 끝났고… 정작 자신의 노후 생계는 뒷전이다. 그래서 청춘만 아픈 것이 아니라 50대는 더 아프다. 다만 소리 내 울지 않을 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연금과 고용보험인데. 지금 50대 중에서 공적인 연금을 지금 받을 수 있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노후 대비할 여력도 없는데 직장에서 밀려나고 자영업으로 망하고 재취업 기회마저 없다.
저자는 인터뷰를 해 보니까 모두 다 가슴 속에 울음을 갖고 있는데, 정말 소리 내 울지는 못 하더라고 말했다. 그들은 앞으로도 울음을 계속 참아야 되지 않을까?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 글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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