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이다. 창조경제는 말 그대로 다수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해 경제를 이끌고, 매력적인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하는 것이다.
IT 기술 기반이든, 기존 기술과 제품의 융복합에 의한 것이든 왕성한 창조 활동을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진 기술을 추적하던 것에서 벗어나, 창조가 중심이 되는 선진 경제의 틀을 짜려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창조적인 기술과 창조적인 제품으로 승부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때 성공한다. 기업의 신제품 개발, R&D와 관련해 요즘 화두의 하나는 개방형 혁신과 기업 간 협력의 생태계이다. 큰 기업도 자신 스스로 모든 신제품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혁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외부와의 개방적 협력만이 창조기업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건설장비 업체 고마쓰는 협력사들에게 제조원가 10% 안팍의 이윤을 보장한다. 제약업체 노바티스는 R&D 예산의 30% 이상을 개방형 네트워크 지원에 투입한다.

개방형 혁신·협력 생태계 전제
IBM은 자신의 특허 500개를 외부에 개방했다. 아마존은 협력 기업들에게 자신들의 자원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콘텐츠 매출 수익의 70%를 개발자에게 제공한다.
의류의 글로벌 생산,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리앤펑은 공급자들에게 생산능력의 30% 이상을 보장하되 70% 이상도 요구하지 않는 ‘30/70 룰’을 적용한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는 공급업자가 납품하는 가격에 15%의 마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마진 15%룰’로 유명하다.
이렇듯 개방형 협업과 창조를 지향하는 기업들은 생태계 내의 기업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줄 뿐만이 아니라 상대의 기술과 역량을 인정하고 공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 경제에서는 전자, 자동차, 통신서비스, 식품, 유통, 운송, 건설, 레저 등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소수의 기업집단이 독과점적 위치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논의의 배경이다.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 조성해야
생짜배기 자기 자본으로 창업한 빵집은 일감 몰아주기로 차려진 빵집과 출발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다. 기업가정신이 위축되고, 시장의 역동성을 죽인다. SI, 부동산, 도매, 광고, MRO, 물류, 컨설팅, 건물관리 등의 영역에서는 타 계열사가 사 주고, 팔아 줘서 연명하는 계열사들이 많다. 이러한 업종들에선 창조적인 독립 기업들이 나오기 어렵다.
그동안 대기업과 거래하는 하도급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기술탈취 등의 문제를 하소연해 왔다. 하도급법도 강화돼 왔다. 그렇지만 대·중소기업 간 성과 격차는 심화됐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부당한 지배구조로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수요독점적 지위에서 공급업체들을 다그치는 구조에서 동반성장은 물론, 창조경제는 더더욱 쉽지 않은 현실이다.
대기업집단의 잘못된 지배구조, 부당 내부거래, 불공정한 거래행위, 검찰 고발을 제약하는 제도가 독립 중소기업, 중견기업들의 창조와 혁신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이 기업의 창조와 혁신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왔다. 공정한 경쟁은 기회 균등 원리를 통해 기업가정신과 창조를 촉진한다.
창조경제가 지향해야 할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불공정한 시장을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기술을 혁신하고 제품을 창조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사회적 보상이 돌아가게 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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