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오감 일깨워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잘 자, 내 꿈 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아닌가? 우리가 한번쯤은 TV에서 보았을 광고카피다. 잘나가는 ‘광고쟁이’ 박웅현이 만든 광고카피다. 그는 스스로 ‘인문학으로 광고’하는 광고쟁이를 자처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데 박웅현은 모든 학문은 인문학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여전히 의학이나 경영학과 같은 실용학문이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인문학은 실용학문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 인문학의 출발은 ‘책읽기’에서 시작한다.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刊))’는 ‘책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박웅현의 강독회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제목에서 살벌한 느낌이 들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박웅현은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한 소설 <변신>의 <저자의 말>에서 이 책의 제목을 취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그 글을 읽는 순간 박웅현은 이마를 쳤다. 그렇다. 책은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도끼다! 그 후 그가 읽은 책들은 자신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가 되어 머릿속에 선명한 도끼 자국을 남겼다. 저자는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일의 90%는 읽고 느끼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알고, 느끼고 보아야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사유의 힘이 없다면 창의력도 없기 때문이다. 알면 보인다. 알면 들린다.
그런데 그 ‘앎’이라는 게 책 속에 있다. ‘책은 도끼다’는 시집에서부터 인문과학 서적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해 준다. 이철수, 최인훈, 김훈, 알랭 드 보통, 고은, 카뮈,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 약 20명의 작가, 40편의 작품에서 저자가 밑줄 쫙 긋고 곱씹은 내용이, 텍스트의 감동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책은 강의를 그대로 옮긴 구어체로 서술된 형식이라 비교적 쉽게 읽힌다.
이 책을 읽는 첫 번째 묘미는 저자만이 가진 독창적이고 참신한 관점을 배우는 데 있다. 이 책의 핵심은 책을 읽는 법이라 할 수 있다. 즉 독법이다. 저자는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다독 콤플렉스’를 버리라고 한다.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걸 소화하지 못하고, 체화하지 못한다면 책을 읽는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말한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고 나면 촉수가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혹은 없던 촉수가 생겨나는 느낌인데요. 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내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싶어요. 오늘의 날씨,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건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해요. (P.139)”
책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책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궁금하신 분들, 어떻게 정독을 할 것인가? 방법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 글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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