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 종합적, 학구적인 전시의 모범

5월 1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미국 미술 300년 Art Across America’전(이하 ‘미국-’)은 대규모 미술 전시 기획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모범적인 전시라 할 수 있다. 사실 미술 애호가라도 “미국 미술이랄 게 뭐가 있나, 앤디 워홀 등의 현대 미술이라면 모를까, 300년 운운은 과장 아닌가?”하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국내에 유치되는 전시회가 유럽, 그것도 인상파 위주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미국 미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적은 탓이다.
‘미국-’전은 식민지 시절인 18세기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의 미국 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대형 회화와 섬세한 공예품, 아름다운 가구를 168점이나 전시하고 있어 각 시대별 특징을 읽으면서 미국 역사와 문화, 미국 미술의 역할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휴스턴미술관, 테라미국미술재단으로부터 “미국미술 300년의 전통을 한자리에서 볼 수 국내 최초의 전시”라고 자신할 정도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대여해올 수 있었던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내년에 미국에서 열 한국미술전에 최고 작품을 보내달라는 무언의 부탁 덕분이라고 한다.
‘미국-’전은 시대와 작품 경향에 따라 6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아메리카 사람들’에선 조지 워싱턴에서 원주민, 탐험가, 흑인 노예, 어린이, 가족, 여인 등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재산, 지위를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가족의 화목 등을 과시하기 위한 초상화는 18세기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그림이다. 화려한 액자 속의 생생한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 같은 대형 초상화 앞에는 당시 부자들의 저택에 놓였던 탁자와 의자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2부 ‘동부에서 서부로’는 19세기 초 동부의 허드슨파를 이끌던 화가들이 그린 광대한 자연 풍경화 위주로 꾸며졌다. 서부를 개척하며 영토를 확장하던 시기에 그려진 그림들은 원주민에겐 삶의 터전을 잃게 한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 그대로를 보호하기 위한 국립공원 지정 등의 긍정적 역할도 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도자기, 벽난로 가리개, 장신구 등 회화와 관련된 시기의 공예품을 함께 전시해놓은 ‘미국-’전은 4부까지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감상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위한 전시 길라잡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고등학생 길라잡이를 보면, 토마스 콜의 ‘모히칸족의 최후의 한 장면’을 설명한 후 영화 <라스트 모히칸> 감상을 유도하고, 에드워드 힉스의 ‘원주민과 맺은 펜의 협정’ 설명에는 ‘시애틀 추장의 편지’ 연설문을 읽어보라는 지침이, 메리 카사트와 인상파를 설명한 후 우디 알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감상하라는 안내가 따른다.
미술 작품 감상을 통해 미국 역사와 문화 300년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전시회. 앞으로의 미술 전시는 이처럼 학구적인 전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전은 6월18일-9월1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으로 장소를 옮긴다.

- 옥선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 http://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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