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일상화…글로벌 저성장 대책 마련해야

글로벌 경제의 부진으로 한국 수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 후유증과 재정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특히 고전하고 있다.
한국 수출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9.5%에서 2012년 30.0%로 급감했고 주요 수출기업들은 2013년 수출환경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선진국의 경기침체 장기화를 지목하고 있다.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재정불안과 저성장 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여전히 GDP, 소비, 수입시장 규모 등에서 세계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세계 소비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선진국 가계의 소비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위기 직후의 경기급락으로 크게 감소했던 선진국의 실질 가구소득은 미국, 독일 등이 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겨우 회복했을 뿐이고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편 핵심 소비그룹인 중산층도 위축돼 가구 비중은 2007년 67.7%에서 2011년 64.5%로 3.2%p 감소했는데, 특히 위기의 강도가 높은 남유럽 3개국은 평균 6.5%p가 하락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이러한 추세는 2020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업률 상승, 소득 감소, 불안정 등을 일상적 현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선진국 소비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 나타난 소비행태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선진국 시장의 장기 트렌드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겹쳐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고 기술혁신과 경쟁 심화 등이 가세해 시장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첫째, 절약과 함께 지출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불황형 소비행태가 정착되고 있다. 기본기능에 충실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제품을 선호하고, 온라인 등 저가채널을 이용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둘째,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심신의 건강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 소비자는 의료서비스의 가격보다 질을 더 우선시한다.
셋째, 소득 위축으로 내구재에 대한 지출은 줄었지만 스마트폰, TV 등 기술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제품에 대한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품, 유통, 프로모션 전략 등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선진국 소비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저성장기라고 할지라도 소비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제품을 혁신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우선 소비자가 원하는 본질에 충실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불필요한 부가기능보다 기본기능을 강화해 지출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둘째,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 모바일, 카탈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으로 온라인 강자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구매부담을 낮춰 위축된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현명한 소비 프로그램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셋째, 기발한 아이디어의 고객참여형 프로모션으로 ‘세일즈 토크’에 활용할 수 있는 화제거리를 만들고, 불안감과 사회적 피로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넘어 자기효능감과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적극적 힐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한국기업은 선진국 소비시장 트렌드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대응전략을 참고해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성장 한계를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금융위기 이후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선진국 소비도 변동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지만, 구조조정이 가속화돼 M&A 등 시장확대 기회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선진국들은 자국 시장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기업에 대한 견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규제에 대한 사전대비를 강화하는 한편, 불합리한 제재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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