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의 엔저 정책이 심해지며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일본은행이 내놓은 강력한 통화완화책에 힘입어 11일 현재 달러 당 99.62엔까지 치솟은 상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팀은 ‘아베노믹스가 국내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엔화 가치가 달러 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 총 수출이 3.4%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지난 5일 외환시장을 기준으로 엔·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 총 수출과 산업별 수출의 감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엔·달러 환율이 100엔이 되면 국내 총 수출은 3.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과 경쟁이 심한 철강은 4.8%, 석유화학은 4.1%, 기계는 3.4%씩 수출이 줄어든다. IT와 자동차 역시 각각 3.2%, 2.5% 감소한다.
연구팀은 엔·달러가 달러 당 110엔까지 가면 더 심각해 진다고 추정했다. 한국의 전체 수출은 11.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 철강은 16.2%, 석유화학은 14.0%, 기계는 11.7%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는 10.8%, 자동차는 8.4%, 가전은 5.7%의 비율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달 ‘원고·엔저의 파장과 대책’이란 보고서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 당 100엔(원·달러는 달러 당 1000원)에 달하면 수출증가율이 2.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기계산업의 수출감소율이 7.5%, 자동차가 6.4%에 이를 것으로 봤다. 연구소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는 수출기업의 비중도 현재 33.6%에서 68.8%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일 연차보고서에서 “최근의 가파른 엔화가치 하락이 지속하면 수익성 악화 및 대일 가격경쟁력 악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엔저에 따른 한국 수출기업의 경영 악화를 우려했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로 일본 주요 기업들과 경쟁하는 미국·독일 자동차업체와 한국 제조업체가 마진을 쥐어짜야 하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기사를 냈다. 블룸버그도 투자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일본 기업의 경쟁 상대인 한국과 대만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경고했다.
현재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 당 100엔대를 넘길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 달러당 103엔, 3분기 103엔, 4분기 105엔으로 오른다고 전망했다.
엔저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 지원 계획을 밝혔다. 현 부총리는 “아베노믹스는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는 일본 정부의 선택”이라며 “엔저 피해를 보는 우리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4월초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고 엔화가치 하락으로 피해를 보는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엔저 피해를 본 중소·중견 기업은 기존 대출보다 0.2% 낮은 금리로 정책금융공사에서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엔저로 피해를 입은 기업은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받은 자금을 1년 동안 전액 만기연장이 가능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