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 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 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 복효근 시,「쟁반탑」전문 -

남대문시장 음식점 골목에 가보셨는지요? 머리 위 쟁반에 대여섯 칸의 밥과 찌개를 얹고 두 사람이 겨우 지날 갈 정도의 좁은 골목을 누비며 음식을 배달하는 것을 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김씨 아줌마의 걸음걸이와 몸짓은 노동이기 이전에 지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춤사위입니다.
불교성자의 시신을 화장하고 난 후 유골에서 추려낸 구슬 모양의 작은 결정체를 사리라고 하며 석가모니가 입멸하자 그 유골과 사리를 8등분하여 각지에 탑을 세워 그 속에 안치하였는데 이것이 탑의 시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2일, 건립 1271년 만에 석가탑을 전면해체한 문화재청은 그 안에 있던 사리를 불국사로 옮겨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겹겹이 쌓은 밥을 배달하는 아줌마의 밥알은 신라시대 경덕왕 때 봉안되었다는 석가탑과 다보탑의 사리만큼 값진 것이지요.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 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육체적 배설은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동반하지요. 같은 쌀밥을 먹고 살면서 어떤 사람은 향기 나는 배설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중생의 삶이 녹아있는 시끌시끌한 시장바닥에 춤추듯 나타난 사리가 들어있는 쟁반탑을 향해 두 손을 합장해봅니다. 중생에게 밥알보다 더 크고 값진 사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 이병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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