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를 예언하다

2010년 일본 서점가에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IQ84’가 화제를 모으고 있던 때였는데 정작 베스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책은 엉뚱한 책이었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라는 책이었다. 그 책은 ‘미나미’라는 한 여고생이 우연히, 오늘 우리가 독후감 서적으로 선정한 피터 드러커의 역작 <매니지먼트>를 읽고 꼴찌 야구팀을 전국 대회에 출전하는 일류의 팀으로 만들어 낸다는 경영학 소설었다. 그 책은 ‘IQ84’를 따돌리고 250만부나 팔렸다. 도대체 <매니지먼트>가 어떤 책이기에 그런 현상을 만들어냈을까?
아시다시피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1959년에 이미 ‘지식 노동자’라는 개념을 창안하면서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언한 ‘경영의 권위자’다. 그는 1937년, 최초의 저서인 <경제인의 종말>을 출간한 이래 2005년 향년 95세로 타계할 때까지 경영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소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35권의 저서를 펴냈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의 저자는 피터 드러커의 <메니지먼트>를 응용해서 소설화함으로서 엄청난 부와 명성을 거머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메니지먼트>에서 이 시대가 ‘자본주의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넘어가는 전환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책에는 조직의 내일을 걱정하는 경영자들, 위기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실무자들에게 건네주는 주옥같은 가르침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서 ‘매니지먼트의 사명’을 제시하고 2부에서 ‘매니지먼트의 방법’, 3부에서 ‘매니지먼트의 전략’을 논하면서 매니지먼트의 사명, 목적, 역할, 매니지먼트를 위한 조직의 업무와 기술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려운 경영학 책이 아니라 저자가 수십 년간 고민하고 연구한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잠언서와도 같은 책이다.
소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주인공 미나미는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충격을 주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나면서 꼴찌 야구부를 전국 1위의 팀으로 거듭나게 한다.
“매니저의 업무 능력(예를 들면 서류작성, 프레젠테이션 등)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익힐 수 있다. 하지만 배울 수 없는 자질, 후천적으로 얻을 수 없는 자질, 처음부터 몸에 배어 있어야만 할 자질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재능이 아니다. 진지함이다.”
<메니지먼트>를 관통하는 주제는 진지함이다. 미나미는 “……진지함이라, 그게 뭘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사실 <메니지먼트>는 그 정도 흡인력을 가진고 있는 책이다. 피터 드러커의 3대 명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힐 만큼 그의 저서 중 큰 위치를 차지하며, 일본에서 1973년 출간된 이후 10만 권이 팔리는 데 26년이 걸렸지만 이 소설 덕분에 단 몇 개월 만에 30만 권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니지먼트>가 2007년에야 처음 번역되어서 나왔다.
1세기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피터 드러커는 아흔 살이 넘은 나이에도 일본 미술에 대한 연구를 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지적 탐구에 열정을 지녔던 사람이다. 그는 사회생태학자, 경영학의 발명자,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현대 사회의 현인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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