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피코트를 생산하는 중소 의류업체 A사는 최근 블랙컨슈머의 부당요구로 골머리를 앓았다. 겨울용 모피코트를 구입한 고객이 겨울 내내 제품을 사용한 후, 봄이 되자 실밥이 느슨하게 제봉되어 있다는 이유로 반품을 요구한 것이다. 매일같이 전화를 하며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통에 업무를 못할 지경에 이르러 결국 A사는 해당고객에게 전액 환불을 해줬다. A사 관계자는 “매년 봄마다 이런 고객이 꼭 있어 이제는 낯설지도 않다”고 하소연했다.

#2 홈쇼핑을 통해 냉동만두를 판매중인 중소기업 B사는 최근 ‘제품에서 뼛조각이 나와 목에 걸렸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 해당 소비자는 치료비 외에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하며 “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 홈쇼핑 업체에 신고하여 더 이상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협박했다. 결국 B사는 고객이 원하는 액수의 금전적 보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블랙 컨슈머’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최근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중소기업 200여개를 대상으로 ‘블랙컨슈머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악성클레임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응답기업의 83.7%가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답변은 14.3% 불과했고, ‘무시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블랙 컨슈머로 인해 애를 먹는 건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지만,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인 90%는 ‘기업의 이미지 훼손 방지’를 위해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고소·고발 등 상황악화 우려’(5.3%), ‘업무방해를 견디기 어려워’(4.1%) 등을 차례로 꼽았다.
소비자들의 항의 유형도 대부분 제품에 대한 반품 등 회사 매출에 영향을 주는 부분으로 드러났다. 블랙컨슈머의 악성클레임 유형으로는 ‘제품사용 후 반품·환불·교체요구’(58.6%)가 가장 많았고, 이어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의 무상수리 요구’(15.3%), ‘적정수준을 넘은 과도한 금전적 보상 요구’(11.3%), ‘인터넷, 언론에 허위사실 유포 위협’(6.0%), ‘폭언·시위 등 업무방해’(4.9%), ‘소비자단체 고발조치 및 법정소송 협박’(3.9%)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중소기업들은 블랙 컨슈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전담팀도 있고 필요하면 법적 소송까지 나서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인력도 조직도 지식도 없다”며 “중소기업을 도와 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법적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블랙 컨슈머로 인한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며 “정부는 소비자가 보호대상인 동시에 합리적 소비를 할 경제주체임을 인식하고, 건전한 소비자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랙 컨슈머

기업을 상대로 구매한 상품에 대해 보상금 등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