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는 비용이 아닌 투자…미리 대비해야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나 정치·경제적 불안과 같은 예기치 못한 대형 악재들이 급증해 기업의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대형 기상이변 연평균 발생건수를 보면 1980년대에는 12.7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대에는 24.5건에 달하고 있는데 이런 대형 악재들은 기업경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 에릭슨은 2000년 자사 휴대폰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필립스 공장 화재에 적극 대처하지 않아 당해연도만 23억달러 손실을 입고 휴대폰 시장에서의 철수했는데, 이런 공급망 위기는 글로벌 생산이 늘면서 공급망의 범위가 넓어지고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선진기업들은 최근 공급망 위기에 탄력적 대처를 위해 ‘공급망위기 대응전략’을 수립 중인데, 아래의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부품의 표준화와 공용화로 위기에 강한 유연한 조달체제의 구축이다. 이는 조달 유연성 제고와 함께 비용절감까지 가능하다. 히타치는 2011년부터 터빈, 철도차량, 에어컨,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용화해 상호 부품 대체가 가능하게 했다. 나아가 부품당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조달 비용도 낮추는 효과까지 얻었다.
둘째, 생산거점 분산화로 조달 리스크 완화가 가능하다. 비용절감을 위해 특정 조달처에서만 부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급작스런 조달중단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부품의 생산거점을 분산하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셋째, 공급망 전반을 철저하게 가시화하는 것이다. 1차 공급업체를 분산화했더라도 만약 해당 공급업체들이 모두 다 동일한 특정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다면 결국 분산화효과가 없어지고 만다.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위해서는 1차업체는 물론 하위 6~7차 업체까지 공급망 전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공급망 가시화가 우선시돼야 한다.
도요타는 2012년부터 1~7차 공급업체가 생산하는 모든 부품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전 세계에 확대 적용해가고 있다.
네 번째는 정량화된 인덱스로 실시간 감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발생가능성이 높고 생산차질이나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리스크를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정량화된 리스크 인덱스를 개발해 기업의 위험 노출 정도를 분석해 조기 진단하는 것이다. 외부기관의 데이터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리스크를 감지하고 조기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업연속성계획을 수립해 사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실제 상황을 가정해 발생 가능한 위기상황을 유형화하고 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지침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대비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후지쯔는 ‘재해 발생 후 3일 내 공정을 복구하고 전 공정을 7일 내 정상화하겠다’는 구체적 목표 아래 2009년부터 약 40회에 걸쳐 모의훈련을 지속해왔다.
또한, 공급망에 대한 충격은 생산 뿐 아니라 설계, 판매, 유통 등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전사차원의 위기관리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구매부서는 대체부품 공급처를 파악하고 조달하며, 개발부서는 대체부품의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영업부서는 부품 부족 상황에 대한 고객 안내 등을 동시에 진행해 복구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관리 5대전략을 알아봤다. 위기관리 대비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수반되는 비용 때문에 위기관리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할 때가 많은데, 수반되는 비용을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투자로 그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를 위해 공급망 가시성을 높이면 불필요한 작업공정을 줄이고, 또 부품 표준화를 하면 생산효율화와 비용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공급망 민첩성을 높이면 변동성 이 큰 시장수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매출 증대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 태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겼던 혼다는 지난 2011년 10월 태국 대홍수로 인한 침수피해로 신차 1000여대를 폐기처분해야 했다. 사진은 대홍수 당시 침수됐던 자동차들이 폐기처분을 위해 대기중인 모습.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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