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를 아시는지요?
흔히들 가시고기를 부정(父情)의 상징으로 여기지요. 이 물고기는 효(孝) 정신이 희박해져 가는 오늘날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시고기의 생태를 통해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가시고기의 삶을 의인화한 소설 <가시고기>를 기억하시는지요? 책이 발간된 지 이미 여러 해가 흘렀지만 아직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자식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 즉 모성애만 생각했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저울로 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지요. 가시고기는 우리의 이 편향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시고기는 움직임은 느리지만 가슴지느러미를 회전하여 멈춤과 순간이동이 자유롭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빨간 물체만 보면 소처럼 돌진하는 용맹스런 습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굶어서 죽을지언정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먹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집도 있습니다.
수컷은 암컷을 자기가 지은 집으로 유인하여 짝짓기 행동을 합니다. 수정을 마친 큰가시고기는 둥지를 잠시도 떠나지 않고 다른 물고기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합니다.
수컷이 잠시도 쉴 틈 없이 산란을 위한 집을 짓는 동안 암컷은 주변에서 집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놀기만 합니다. 비로소 집이 완성되면 암컷은 그곳에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는 시간은 불과 3~4초, 그 짧은 시간에 산란을 마친 암컷은 미련 없이 집을 떠나갑니다. 알을 낳은 암컷 가시고기는 이내 둥지를 떠났지만, 새끼를 부화하고 키우는 건 오롯이 수컷 몫입니다.
수컷의 보살핌으로 제법 자라난 새끼들은 하나 둘 집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새끼들은 무리를 지어 집 주변의 수초 사이에서 먹이 찾기에 바쁩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물속의 곤충, 플랑크톤, 물고기 알, 어린 물고기 등을 잡아먹으며 살지요.
그러나 새끼들을 돌보느라 15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수컷은 마지막 힘을 다해 집 앞으로 다가와 숨을 거둡니다. 1년 전 자신을 낳아준 가시고기가 그랬듯이 자기 몸을 새끼들에게 주기 위해서지요. 마지막 한 마리의 새끼까지 모두 안전하게 떠나보낸 수컷의 생명은 그렇게 끝납니다. 며칠 후, 집을 떠났던 새끼들이 죽은 수컷 주위로 모여들어 죽은 지아비의 살을 뜯어먹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우리는 큰가시고기의 삶을 통해 어버이의 사랑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효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점점 무디어져만 가는 이 세태 속에서 효야말로 가장 소중한 우리의 덕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효의 실천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효의 실마리가 되고 사랑의 실천이 됩니다. 힘닿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베풀면 훌륭한 효가 되지요.
요즘 사람들은 부모에게 물질로써 봉양함을 최고의 효도로 칩니다. 그러나 여기에 공경하는 마음이 따르지 않는다면 진정한 효도라 할 수 없습니다.
‘가시고기’가 보여주는 애절하고 거룩한 자식 사랑이 우리네 마음속에 깊게 각인되길 바랍니다.

- 김청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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