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추진과 관련해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히 도움을 줄 것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정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을 것 등 3대 원칙을 제시한 가운데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추진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하도급법 개정안 정무위 통과
먼저 하도급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로 넘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직접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개정법안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갖는 조정 협의권에 대해 원청업체는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를 거절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했다. 이는 원청업체가 의무적으로 협의에 임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기존에 협동조합이 갖고 있던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이 실효성이 떨어져 대기업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지는 폐단을 시정한 것이다.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피해에 대해 피해금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기존에는 기술유용의 경우만 허용했으나 △부당한 단가 인하 △부당한 발주 취소 △부당한 반품행위에 대해서 피해금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하도록 적용 범위를 넓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와 협동조합의 납품단가 협상권 부여는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핵심 사항으로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꾸준히 도입을 주장해 왔던 것들이다. 중소기업계는 오랜 숙원 중에 하나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처음으로 통과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사실상 폐지
이와 함께 정무위는 지난달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경제민주화 법안의 일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을 의결해 전체회의로 넘겼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사건에서 공정위가 검찰 고발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이 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아 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제대로 규제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이에 따라 감사원장이나 중소기업청장, 조달청장 등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했다.
중소기업계는 이에 대해 “대기업의 부당 거래 등을 견제할 수 있는 간접적인 고발권이 생긴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등 부당 행위 금지
정무위 법안소위는 이날 또다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으로, 심야 영업시간대 매출이 현저하게 저조한 점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가맹본부가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에 부당하게 심야영업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안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가맹본부와 거래조건을 협의할 때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에서 가맹점 사업자의 가맹점 사업자단체 설립을 허용하고 협의권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가맹점 사업자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1년치 미래 기대 수익과 같은 과도한 위약금을 점주에게 물리지 못하도록 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리뉴얼 비용을 가맹본부도 최대 40%까지 함께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맹계약서 체결 시 영업지역을 의무적으로 설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올해에만 편의점 점주 3명이 자살했는데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심야영업 강요, 과도한 해지위약금 등 `현대판 지주-소작 관계라고 비난받던 불공정 관행이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무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부당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법 등 다른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키로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재정비 필요
한편 올해 7월부터 실시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기업규모에 규정이 전혀 없어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계열사간 거래 비중이 30%를 넘기면서 최대주주 및 친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를 초과하는 기업은 전년 영업이익에 지분 3% 초과분 및 거래 비중 30%를 초과하는 비율을 곱해 나온 이익을 증여로 간주, 이익 규모에 따라 증여세(10~50%)를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기업규모에 제한이 없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고스란히 세금을 내야 돼 당초 제도도입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은 이미 내부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 상태여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조세를 회피하는 목적이 강하지만, 중소, 중견기업 계열사 분업은 부품·소재 납품, 원재료 공급 등 사업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구용 인지콘트롤스㈜ 대표는 “대기업은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로 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부품·소재납품이나 원재료 공급 등 계열사 분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경제살리기는 경제민주화에서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과 관련 “경제민주화가 경제살리기의 중심에 있다”며 “중소기업계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를 위축하거나 대기업의 창조적 경제활동을 막는 장애물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기문 회장도 최근 현오석 부총리와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가 바라는 것은 거래 불공정, 시장 불균형, 제도의 불합리 등 이른바 ‘경제3불‘ 해소이지 대기업 때리기는 아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쪽으로 경제민주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심의하기 위한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지난달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왼쪽)가 법안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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