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초록이 진하게 물드는 달이다. 연초록이 진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초록은 동심’이란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오월.
수많은 풀꽃과 곤충과 벌레들은 오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맘껏 누린다. 녹색 자연은 그들을 거부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준다.
꽃을 찾아온 나비는 오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곤충이다. 깜찍하고 귀여운 나비는 곧 동심을 상징한다. 경쟁과 질투가 판치는 세상에서 나비 한 마리는 삶의 청량제로 다가온다. 알록달록한 나비들은 꽃을 찾아 어디든 날아간다. 그런 나비를 위해 꽃들은 분신이나 다름없는 꿀을 아낌없이 내준다. 거룩한 베풂이고 사랑이다.
이즈음 전라도 함평땅에 가면 꽃밭에 모여든 수만 마리의 나비떼를 볼 수 있다. 오월 함평은 나비가 있어 더 아름답다. 꽃과 나비와 사람이 펼치는 나비축제는 이곳이 나비의 고장이란 걸 알려준다.
함평천 수변공원에 가면 노란 유채꽃과 옥색 갓꽃, 자줏빛 자운영꽃 물결이 어우러진 가운데 그 사이 사이로 온갖 모양의 나비들이 훨훨 날갯짓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함평천 둔치 건너편에는 철쭉을 두른 수산봉이 우뚝 솟아 있는데 이 또한 눈길을 뗄 수 없게 한다. 나비 모양의 철쭉동산은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날 좀 봐달라는 듯 아래 세상을 지긋이 내려다보며 웃음 짓는 나비동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나비보다 아름답다.
일찍이 나비 연구에 헌신하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석주명(1908-1950)선생은 그가 채집한 나비에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는 나비를 늘 곁에 두고 자세하게 관찰하면서 거기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나는 모습이 팔랑개비처럼 가볍다고 해서 팔랑나비, 몸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알록나비, 봄에 잠깐 나왔다가 사라져서 봄처녀나비, 풀에 잘 모인다 해서 풀흰나비, 모시처럼 반투명해서 모시나비, 큰 줄이 있는 나비는 큰줄흰나비, 날개에 물결무늬가 있는 것은 물결나비라 했다.
또 날개가 알록색이고 수풀에 산다 해서 수풀팔랑알록나비, 지리산에 서식해 지리산팔랑나비, 흑색과 백색이 고루 섞였다 해서 흑백알록나비라 명명했다. 쌍꼬리부전나비라는 것도 있는데, 부전이란 사진을 앨범에 붙일 때 네 귀에 붙이는 삼각형을 뜻한다.
선생은 이처럼 언어감각이 탁월했다. 나비 이름이 아름다운 우리말인데다 부르기도 좋다. 그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시인이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듯하다. 외래어가 우리말을 갉아먹는 현실에서 아름다운 우리말은 그 자체가 문화유산이다.
여느 곤충들이 빛깔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비해 나비는 이처럼 빛깔을 보고 꽃에 날아든다. 나비는 또 다리로 맛을 안다. 앞다리가 꽃이나 풀에 닿기만 하면 단맛이 나는지 쓴맛이 나는지 금방 알아차린다.
깊어가는 봄, 꽃밭에 모여든 나비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 사는 주변에서 나비를 보기란 어렵지 않다. 꽃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비들이 보인다. 물론 자연환경이 예전 같지 않아 그 숫자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이 땅에 나비가 많다는 것은 자연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미래가 그만큼 밝다는 뜻이다.

-김청하 수필가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