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융복합 제품이 많아지면서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특허가 급증하고 있다. 핵심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산업 주도권 확보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과 더불어 삼각특허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유럽특허의 출원 현황을 살펴보고, 현행 유럽특허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될 EU 단일특허(Unitary patent) 제도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 3월초 유럽특허청(EPO)이 2012년도 유럽특허 출원 현황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가 지멘스, 필립스, BASF, GE 등 세계적인 영미계 기업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에 지멘스, 필립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한 바 있는데, 1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
국가별 특허출원 현황을 보면, 한국은 14,491건으로 미국(63,504건), 일본(51,693건), 독일(34,167건), 중국(18,812건)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한국의 특허 출원 건수의 증가세는 경쟁국인 일본, 중국에 비해 저조해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특허 출원이 ICT 분야에 치중되어 있고,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어 있는 문제에 기인한다.
현행 유럽특허제도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유럽 차원에서 특허를 보호받으려면 뮌헨에 있는 유럽특허청(EPO)에 출원하면 된다. EPO가 출원서류 심사를 거쳐 특허를 부여하면 특허 소유자는 번역본을 제출해야 한다. 특허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각국 특허청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27개 EU 회원국 모두에서 특허권을 보호받으려면 약 3만5000유로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아예 특허출원을 단념하는 경우가 많았다. EU의 특허출원 건수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저조한 것도 특허 출원 경비와 행정절차에 기인한다.
이러한 유럽특허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부터 EU 단일특허(Unitary Patent)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2012년 12월 11일에 유럽의회가 최종 승인함으로써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제외한 25개 EU 회원국에서 EU 단일특허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아직은 25개국에서만 시행되는 미완성 작품이지만, 유럽특허청이 창설된 지 40년 만의 쾌거로 평가된다.
EU 단일특허 출원방법은 현행 유럽특허 출원방법과 동일하다. 유럽특허청에 출원해 일단 특허를 받아 관보에 공고되면 특허 소유자는 유럽특허 등록대장에 ‘단일효과(unitary effect) 등록’을 요청할 수 있다. 단일효과가 등록되면 해당 특허권은 각 회원국의 추가 인정절차 없이 EU 25개 회원국에서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EU 단일특허제도가 시행될 경우 특허분쟁 해결절차의 간소화와 이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1회 출원으로 25개 회원국 내 특허권을 보호받을 수 있고, 특허 출원 비용과 특허권 부여 후 비용이 대폭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EU집행위는 특허 출원 비용이 기존 비용의 6분의 1 수준인 5000유로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경쟁 상대국에 비해 유럽특허 확보비율이 낮아 잠재적 특허분쟁에 매우 취약하다. EU는 제3의 수출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들의 유럽 특허건수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2014년부터 시행될 EU 단일특허제도는 국내 기업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특허 출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새로 시행될 EU 단일특허제도를 면밀히 연구하여 적극 활용함으로써 특허분쟁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허출원은 더 이상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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