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길에 이중섭 문화거리는 꼭 가보리라 다짐했었다. 올레 코스가 생기면서 그 주변이 많이 변화되었다는 소식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만은 서두르지 않은, 여유로운 여행을 하리라. 이중섭 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틈내 생가와 문화거리, 공원, 이제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올레 매일 시장, 가고자 했던 식당 등을 한갓지게 배회한다.

제주도를 빛낸 화가…그 거리에서 노닐다

차도에서 올레매일시장까지 360m가 ‘이중섭 문화거리’로 지정되어 있다. 이중섭 거리는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당시 화가가 산책을 즐겨했다는 그 거리에 각종 이중섭 그림들을 작품화 시켜 놓았다. 올레 6코스 중의 한 장소다.
이중섭 거주지라는 팻말을 따라 들어가면 제주도 전형적인 초가집 한 채가 있다. 정작 화가가 머물던 방은 1.3평. 깜짝 놀랄 정도로 작다. 한 사람도 기거하기 어려운 공간에 이중섭과 그의 가족 4명이 기거했다. 이중섭은 전쟁이 나자 가족을 데리고 부산으로 피난을 갔고 1951년에 제주도로 이사했다.
여기서 대향(大鄕) 이중섭(李仲燮: 1916∼1956) 화가에 대한 일생을 그려보자.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화가 이름에 이중섭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너무나 익숙한, 유명한 화가로 우리나라를 빛낸 ‘국민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흰 소’ 그림과 아이들을 스케치한 은박지 그림, 일본 여자와의 결혼 등 그저 그 정도가 일반적인 ‘앎’이다. 속내의 이중섭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 평남 평원군 조운면 송천리가 이중섭의 고향이다. 지주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유복자여서 주로 외가에서 성장했다. 청년기(1937년)에는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했다. 그가 일본 동경제국 미술학교에 입학하게 된 데에는 평북 정주의 오산학교에 다닐 때 임용련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 임 선생은 영어 담당이었지만 시카고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예일대학을 졸업한 화가였다. 대부분 삶에는 계기가 있게 마련이다.
유학중 1년 만에 동경제국미술학교를 그만두고 동경문화학원으로 학적을 옮긴다. 이유는 자유분방한 학풍이 그와 맞았기 때문. 그는 이듬해(1938년 5월), 일본인미술가들이 창립한 단체인 자유미술가 협회 공모전에 응모해 협회장상을 받았고 이후에도 일본의 여러 평론가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는다. 또하나 야먀모토 마사코(山本方子, 한국명 이남덕)를 이 학원에서 만나게 된다.
그는 1943년 귀국했고 2년 후, 그녀와 결혼해 원산에 정착한다. 원산에 살던 그는 당시 부인이 일본인이라고 하여 친일파로 치부되는 고통을 겪었다.
그래서 이중섭은 술을 자주 마시고 주정을 부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1945년 8.15해방을 맞았으나 1946년은 그에게 가장 슬픈 해였다. 형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와 첫 아이가 디프테리아로 죽었으며, 장인어른까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월남해 부산~서귀포~통영(1952년 늦봄~1954년 봄)등지로 전전하며 피난살이를 했다.
어려운 피난 생활에서도 작품 활동은 계속 되었다. 제주에서는 해와 뛰어노는 아이들, 자연을 소재로 삼아 많은 작품을 낸다. 하지만 1951년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인은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외로움을 버티지 못하고 거식증이라는 병에 걸리고 만다. 정신이상 증세가 나타나 대구의 성가병원에 입원했다. 친구들의 배려로 여러 병원으로 옮겨 다니며 치료해 얼마간 호전되었으나 무단으로 퇴원한 후 불규칙한 생활로 병세가 악화되어 적십자병원에서 쓸쓸히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나이 41세. 이런 간략한 소개로 어찌 한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고 하겠는가? 단지 그의 삶의 흔적을 읽어내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전시관을 나와 옥상 전망대로 오른다. 조망이 시원하다. 서귀포 가옥 앞으로 살아생전 이중섭이 좋아했다는 섭섬과 문섬, 새섬을 바라본다. 예술가의 진가는 살아생전은 어려운 일일까? 미처 정리되지 못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 주변에서 ‘윙윙’대고 있다. 그럼에도 화가의 삶이 애닯아, 명치 끝이 심하게 아파 온다.
사진은 이중섭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상.

여행정보
○ 주소 : 이중섭 미술관: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귀동 532-1, 문의 : 064-733-3555(jslee.seogwipo.go.kr)/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서귀포시 서귀동 277-1 문의 : 064-762-1949, sgp.market.jeju.kr
○ 별미집 : 이중섭 거리에는 다양한 음식점, 카페들이 있다. 그중 덕성원(064-762-2402, 꽃게짬뽕, 서귀포시 정방동 474)이 유명하다. 오는정 김밥(064-762-8927, 서귀동 256-26, 예약 필)과 올레 시장내의 ‘우정회센타(064-733-8522, 꽁치김밥 등)도 소문났다.
○ 숙박 : 중문단지에 고급 호텔들이 많다. 그 외 파인 힐(064-762-5987, 서귀동 776-1), 작은 프랑스(064-732-4552, 서귀동 486-1)등 모텔이 다수 있다. 허름한 모텔은 가격이 저렴하고 게스트 하우스도 있다.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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