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싸가지 없는 직원의 폭언을 듣고 있자면 양자의 이야기나 숨겨진 속사정을 들어볼 필요도 없다. “버려, 그래 망해” 등 막판 이혼 도장을 찍고 막장으로 가는 부부 같다고나 할까.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신뢰의 기업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때맞추어 배상면주의 대리점 사장이 본사의 무자비한 밀어내기에 유서로 그 실상을 세상에 폭로하고 자살했다.
10여년을 본사에 충성을 다하며 살아온 그가 죽음을 택한 까닭은 이런 세상은 분명 바뀌어야 하고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야 된다는 바람이 아니었을까.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서 이러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고 여야가 갑자기 한 목소리로 갑의 횡포에 대해 약한 을의 보호를 위해 법안을 만들고 있으니 이로 완치될지는 의문이지만 분위기로 보아 좀 나아질 기미는 보인다. 아무튼 상생을 위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착한 가격으로 구매한 원료로 만든 상품을 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상품을 팔아 줌으로 경제 정의를 실현코자하는 운동의 한 일원이다.
기업은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 내는 것이 생리다. 더구나 글로벌 시대에서 세계경쟁을 하려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다보니 제3세계의 노동력 착취나 상품원료를 헐값에 구입하려고 한다.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살펴보면 비인간적이다. 이를 해결코자함이 이 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뜻이다.
탐스 슈즈 신발, 커피와 초콜릿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선 보부상의 12령을 살펴보면 더욱 배울 점이 많다.
이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크게 부각되고 있는 동반성장이나 경제민주화 관련 납품단가 제값주기, 공정한 하도급거래 등의 내용이 실천강령으로 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요내용을 보면 △불량품은 취급하지 말 것 △물건에 대한 품질을 보장해 줄 것 △터무니없는 값을 받지 말 것 △내 물건 팔기위해 동료의 물건을 모략하지 말 것 △없거나 매진된 물건은 구해주되 여의치 못할 때는 약속된 날짜에 구해다 줄 것 △동료가 사정이 있어 장사를 못할 때에는 내 일을 제치고 돌봐 줄 것 △부탁한 물건은 수소문해 구해주되 약속일자 전에 갖다 줄 것 △외국물건을 요구할 때는 신분확인과 사용처를 알고 난 후에 주선할 것 △농민의 물건을 살 때는 제 값을 쳐 줄 것 △사정이 있어 물건을 외상으로 부득이 요청할 때는 의심없이 줄 것 △나만의 이익을 위해 개인행동을 하지 말 것 △도적물건이나 의심나는 물건은 상대하지 말 것 등이다.
이상의 내용을 살펴 볼 때 우리의 상도의는 세계로 수출할 명품이다. 오랜 경기침체와 극심한 경쟁 속에 심화되는 양극화 등 갈수록 사회는 갈등의 요소가 늘어만 가고 있다. 돈만 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몰염치가 판을 친다.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나 사회공헌이 윤리적 가치로 부각되는 시점이다. 남양유업 사건을 보면서 조선 보부상 12령이 새롭게 되새겨진다.

조병무(한남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