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양적완화 정책 출구전략을 밝히자 세계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이른 바 버냉키 쇼크다. 성장속도가 줄어드는 중국이 돈줄을 줄이려고 하자 아시아 증시가 요동을 쳤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국에는 부담이다.
상황이 어렵고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을수록 전략은 단순하고 명료해야한다. 정책의 초점을 경제성장으로 돌리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복지확대를 위해서다.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라고 하지만 성장 없는 고용과 복지확대는 불가능하다.
여우는 적을 피할 수 있는 천 가지의 묘책이 있다고 고양이에게 자랑했다. 그 때 한 떼의 사냥개들이 나타났다. 여우는 그 천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택할까 갈팡질팡하다가 붙잡혀 죽었다. 나무로 올라가는 한 가지 방법밖에 모른다던 고양이는 나무로 올라가 살았다. 이솝 우화는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경제성장은 정체돼 있고 세수(稅收)는 줄고 있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쌓이는데도 복지목표는 그대로다. 복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달성해야하는 목표인가. 

실업난 속 25만명 일손 달려
심각한 실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이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일자리가 25만개에 이른다. 그런데도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들을 옥죄고 인력난을 부추기는 입법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년연장, 대체휴일제 도입,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이 그것이다.
정규직의 기득권 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압박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공공부문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행한다는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역시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부채질 할 것이다.
대한상의 조사결과를 보면 경제민주화 입법들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대부분(71.9%) 부정적이었다. 중소기업을 위한다고 추진하는 입법에 중소기업계는 과도하다거나 재고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은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와 일자리 나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장 일할 사람이 부족한 중소기업 현장을 외면한 채 일자리 나누기부터 하겠다는 것은 고용률을 높이려는 통계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고용률 70%는 中企인력 확충으로”
예컨대 한사람이 하던 일을 두 사람이 하면 일자리는 늘어난다. 이 경우 생산성은 어떻게 되고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을 건가. 과연 바람직한 일자리 창출인가.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많다고 해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고 하는 건 옳은 해법이 아니다. 예컨대 자동차 한 대 생산에 들어가는 노동시간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국내 30.5시간이 걸리지만 중국공장은 19시간, 미국공장은 14시간 걸린다. 중요한 건 노동생산성이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한국제품의 해외생산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해외생산이 유리하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는 그만큼 준다. 기업의 국내투자가 늘어나고 외국기업도 국내에 많이 들어오고 해외진출 중소기업의 국내 유턴(U-Turn)도 늘어나야한다.
부당한 거래관행을 일삼는 대기업의 횡포는 마땅히 털어내야 하지만 대기업 때리기가 중소기업 위하는 일은 아니다. 비리 기업인의 일탈행위를 다스리는 것과 기업 때리기는 당연히 구별돼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고 고용과 복지를 논하는 이 거대한 모순을 깨야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문제를 모두 풀겠다고 허둥대다가 여우처럼 잡혀먹지 않으려면 경제정책 목표는 단순 명료해야한다. 중요한 건 투자확대와 기술개발에 매달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자리의 보고인 중소기업이 모자라는 인력을 채울 수 있는 정책부터 챙겨라.

류동길(숭실대명예교수 /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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