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진 (주) 코링텍 사장

독일에는 속도를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이 있다. 그곳에서 지붕이 없는 차를 타면 정말로 신나게,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 이 아우토반은 히틀러 치하에 건설됐지만, 종전 후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1953년 속도 제한을 풀었다. 구간별로 속도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구간 중의 약 60%에서는 아직도 무제한 속도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 등을 이유로 그곳에서 속도 제한을 하자는 얘기도 있지만, 한동안은 그 자유로움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독일 출장을 다녀왔다. 독일 파트너사 사장과 며칠 차로 여행을 하며 아우토반의 운전법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가 있었다. 
차를 타고 아우토반으로 들어가면 입구에는 빨간색 테두리에 100이라는 숫자가 씌어져 있는 교통 표지판이 있다. 이것은 100Km 이하의 속도로 운전하라는 말이다. 한 10분 쯤 달리다 보면 검은색 테두리에 검은색 글자로 100Km 라는 것이 나온다. 이것은 속도 제한이 풀렸다는 말이다. 거기서 부터는 무제한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도로 상황이나 도로공사 등의 상황을 감안해 구간별로 120Km, 또는 80Km로 제한 속도를 정해 놨다. 운전자는 그 규정을 지켜야 한다.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에서는 구간별로 최저속도를 정해 놓기도 했다. 추월을 할 때는 반드시 주행하는 차의 왼쪽으로만 추월을 해야 한다. 주행하고 있는 차의 오른쪽으로 추월해도 벌금 대상이다. 이런 규정들을 지키지 않으면 여기저기에 있는 경찰이 스티커를 준다.
그런데 이렇게 이런 저런 규정들을 지키니 무제한의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가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지켜야 할 규정을 어기면 큰 사고가 난다. 2009년에는 아우토반에서 260중 충돌사고가 나 66명이 다치고 10여명의 생명에 지장이 있다는 해외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한순간의 실수가 아주 큰 비극으로 바뀌었던 경우다.
독일은 위험의 요소가 있지만, 국민들의 자유로움, 자동차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인들은 그런 아우토반의 자유를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하고 또 규칙을 따르고 있다.
먼저, 독일에서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학과 교육만 14 차례를 받아야 하고, 운전실기 시험도 45분간이나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실시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면허를 따도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가지 법규를 지켜야만 벌금 없이 차를 운전할 수 있다. 
아우토반을 달리며 현재 우리가 일하는 환경을 생각해 본다. 여러가지 업무가 있고 생산활동이 있지만, 독일에서 처럼 활동을 규정짓는 표지판이나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구성원 모두가 아는 어떤 표지판이나 가이드 라인이 있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는데 공통의 약속된 기호나 언어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좀 더 체계적으로 생산을 하고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만이라도 통할 수 있는 기호나 표지판, 매뉴얼 등을 정하고 그것들의 사용을 하나하나 늘려 나갈 때 현재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들도 체계를 갖춰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우토반처럼 아주 빠르게 일을 하는 것은 아닐 지라도 사소한 항목에 대해서 건별로 고민하고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는 작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팩트들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고,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문형진 (주) 코링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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