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비껴가면 여행 챙김이 더뎌진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즈음에는 아무 갈등없이 한달음에 달려갈 남해다. 남해에서도 보리암을 가본 지가 참으로 오래되었기에 또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다. 멀고도 먼 길을 내쳐 달려 보리암에 닿을 때는 ‘설렘’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린다. 잘 있었니? 잘 있었구나. 보리암은 늘 감동스럽다. 

대형버스가 서는 복곡의 넓은 주차장과 매표소를 지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오른다. 보리암까지는 4.1㎞여서 걷기에는 무리가 있는 길이기에 자동차와 셔틀만 운행이 가능하다. 활엽수는 물론이고, 수령 오래된 편백나무가 박혀 있어 차창 속으로 스며드는 공기가 유난히 상큼하다.
그렇다고 해서 찻길이 끝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사찰이 아니다. 900m는 도보로 이용해야 한다. 사찰까지 가는 길목 왼쪽, 한려수도의 바다 풍치가 시원스레 열린다.  잠시 눈을 내려 발아래로 펼쳐지는 멋진 풍치를 바라본다.
여름철이면 많은 해수욕객들이 찾아드는 상주해수욕장과 민가, 금산(681m)의 기암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에 빠져 환한 미소를 짓는다.
금산은 소금강 또는 남해 금강이라 불리는 삼남 제일의 명산으로 손꼽힌다. 특히 금산에는 38경이나 되는 절경이 있다. 망대, 문장암, 탑대, 천구암, 가사굴, 이태조기단, 삼불암, 천계암, 천마암, 만장대, 음성굴, 용굴, 쌍홍문, 사선대, 백명굴, 천구봉, 제석봉, 좌선대, 삼사기단, 저두암, 촉대봉, 향로봉, 사자암, 팔선대, 상사암, 구정암, 감로수, 농주암, 화엄봉, 일월봉, 요암, 부소암, 상주리 석각, 세존도, 노인성, 일출경 등이다. 38경을 찾아내는 일은, 숨은 보물찾기와 같아서 보물섬이라고도 칭한다.
그 멋진 금산 9부 능선에 보리암이 있다.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무수한 기도객들이 찾아드는 곳.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보광전, 간성각, 산신각, 범종각, 요사채 등이 있다. 큰 건물 두 개가 평평한 곳에 들어서 있고 왼쪽으로 가파른 바위 사이로 높은 기둥을 만들어 건물을 크게 만들었다. 원래의 모습에서 전각들이 커져 있음을 알게 한다. 사세확장이 된 것이며, 그만큼 신도가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신라 신문왕 3년(683) 원효대사가 이 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산 이름을 보광산, 초암의 이름을 보광사라 지었다고 한다.
이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젊은 시절 이 산에서 백일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게 되었다. 현종 1년(1660), 조선왕조를 연 것에 감사하는 뜻에서 왕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산 이름을 금산, 절 이름을 보리암이라고 바꾸었다. 왕위에 오르면 온 산을 비단으로 덮어 준다는 약속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대신 산 이름을 ‘금산(비단 錦)’으로 했다는 전설이 흐른다. 1901년과 1954년에 중수하였고, 1969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른다. 금산과 보리암은 남해의 1경으로 꼽힌다.
우선 이성계가 기도했다는 곳으로 가본다. 안내 팻말에는 200m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길은 제법 가파라서 숨을 헐떡거려야 도착 가능하다.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하기 전에는 바위 셋이 누워 있다가 기도를 마치자 그 중 두 개의 바위가 일어나 앉았다는 삼불암. 그 가파른 바위 밑에 선은전이라는 전각이 있고 비각 안에는 왼쪽에 남해금산영웅기적비(경남 문화재자료 제277호) 오른쪽에는 대한중흥공덕사성비라 새겨진 2개의 비가 있다. 광무 7년(1903)에 세운 비석으로 이성계의 신위가 있다.
길을 되돌아나와 찾은 곳은 해수관음상. 보리암에서 한려수도의 시원스런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주변에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산정의 독특한 기암과 일망무제로 조망되는, 발 밑으로 펼쳐지는 상주해수욕장과 점점이떠 있는 이름 모를 섬들.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고려 초기에 조성된 삼층석탑(경남유형문화재 74)과 1970년에 세운 해수관음상이 있다. 삼층석탑은 가야 김수로왕의 부인인 허 황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져온 불사리를 원효대사가 모셔와 세웠다고 전하지만, 탑의 양식은 고려 초기다.
또 웅장한 대장봉을 배경으로 서 있는 해수관음보살상은 세운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보리암의 명물로 꼽힌다. 이외에 큰 대나무 조각을 배경으로 좌정하고 있는 향나무 관세음보살상이 있으며 그 왼쪽에는 남순동자, 오른쪽에는 해상용왕이 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보리암의 아름다운 풍치에 매료돼 돌아올 곳을 잃고 마는 곳. 이성복의 ‘남해 금산’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사진은보리암 해수관음암 .

□여행정보
○ 주소 : 경남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2065/ 문의 : 055-862-6115
○ 찾아 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에서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 → 완주갈림목에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 → 순천에서 남해고속도로 → 하동나들목 → 1002번 지방도로로 남해대교 → 남해읍 지나 팻말따라 좌회전 → 복곡주차장/또는 대전 → 통영고속도로 진주분기점 → 남해고속도로 사천 나들목 → 창선 연육교를 건너면 남해다.  
○ 관광버스 : 보리암까지 가는 셔틀버스(왕복 2,000원)이용. 셔틀버스 하차 후 입장료(개인 1000원)내고 들어가면 된다. 
○ 추천 별미집 : 남해는 멸치회와 멸치쌈밥이 유명하다. 미조항의 공주집(055-867-6728)과 창선교 쪽의 우리식당(055-867-0074), 배가네멸치쌈밥(055-867-7337) 등이 추천할 만하다. 또 여름철은 바닷장어가 제철. 해바리(055-867-8090, 바닷장어구이, 삼동면 지족리 1039)가 맛이 아주 좋다. 자연산 회를 즐기고 싶다면 앵강만 쪽을 이용해도 좋다. 원천횟집(055-862-3033, 이동면 신전리 1031-2)이 괜찮다. 조식은 주란식당(055-862-9828, 한식, 남면 당항리)을 이용하면 된다. 저렴한 가격에 토속 밑반찬이 넉넉하게 차려진다.  
○숙박 정보 : 앵강 다숲마을에는 펜션(055-863-0964, 이동면 신전리 733, www.agds.co.kr)이 있다. 앵강만을 정원삼은 곳으로 한적하게 여가를 즐기기에 최상이다. 그 외에도 독일인 마을, 미국마을 등이 있다. 힐튼 월드와이드 리조트(055-860-0100, www.hilton.com, 남면 덕월리 산35-5), 남해스포츠파크호텔(055-862-8811, 서면 서상리), 남송 가족 호텔(055-867-4710~2, 물건리), 마린원더스 호텔(055-862-8880), 남해가족휴양촌(055-863-0548), 황토휴양촌(055-864-3501), 남해스파힐펜션(055-862-6666, www.spahill.co.kr, 남면 홍현리 239-1) 등 아주 많다.  
○여행포인트 : 남해에는 생태체험장이 많다. 물건리 숲, 구미숲, 앵강다숲 등에서 야영이 가능하다. 또 물건리 바닷가에는 요트, 카약체험이 가능하다. 금산을 등산하고 싶다면 여러 코스의 길이 있다. 보리암에서는 정상까지 올랐다가 보리암으로 하산해 쌍홍문쪽으로 하산하면 상주면 매표소와 만난다. 그 외에도 바래길 코스가 여럿 있다. ‘바래’라는 말은 갯벌과 갯바위에서 해초·해산물을 캐는 것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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