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정복, 철저한 현지화가 답이다
중국 경제가 소비중심 경제로 이행되면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한국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거점으로 중국을 활용하던 시절에는 선진국 시장으로 재수출하기 위한 품질과 현지인력 관리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그러나 이제 중국에서 생산해 중국 내수시장으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한 제품개발과 마케팅 능력 강화, 영업망 구축 등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외국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보고, 중국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생각해보자.
글로벌 기업 중 중국 내수시장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기업 중 하나는 P&G이다. P&G는 화장품, 샴푸, 세제 등을 생산하는 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 1988년 중국에 진출한 이래 성공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P&G는 철저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브랜드별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며, 제품마다 소비자의 의견을 즉각 반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제품의 질 뿐 아니라 가격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적극적인 가격전략을 구사했다. 1999년 중국 로컬기업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해오자, P&G는 주력제품의 가격을 20~30% 인하하고, 9.9위안(약1790원)의 저가형 샴푸를 출시했다.
둘째, P&G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중국 P&G는 전체 직원의 99%가 중국 현지인이다. 또한 외국기업 최초로 1989년에 중국 유명대학 캠퍼스에서 리쿠르팅을 통해 현지 대학생을 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중국 P&G의 관리직 직원 90%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 인력이다. 이들은 중국 소비자의 심리와 정서를 잘 알기 때문에 P&G의 현지화 전략을 최선두에서 수행하고 있다.
셋째, 적극적 사회공헌활동과 리스크 관리이다. P&G는 중국시장에서 꾸준히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왔고, 중국 정부와도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적극적 사회공헌활동과 좋은 기업이미지, 원만한 대정부 관계는 기업의 위기 시 빛을 발했다.
2006년 P&G의 SK-2 제품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된 바 있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원성으로 시장퇴출까지 거론되던 최악의 상황은, 의외로 한달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조용히 종결된 바 있다. 이같은 신속한 해결 과정에는 P&G의 충실한 중국 정부 네트워크가 작동했다고 후문이 있다. 
실패사례의 대표적 예는 세계최대 기업 월마트가 자주 거론되는데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대해 무지했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에게 대형할인매장은 일주일에 1~2회 들러서 필요한 식음료나 생필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곳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는 일종의 장보는 곳으로서 주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2~4회 정도 방문해 필요한 것을 조금씩 구매하는 곳이다. 그래서 할인매장의 위치도 미국은 도시 외곽, 중국이나 한국은 모두 시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물건의 상당수도 신선식품이다. 이러한 신선식품은 원거리가 아니라 대형마트가 위치한 도시 인근에서 물건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월마트가 자랑하는 ‘매일 저가격(every day law price)’ 전략도 중국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대형할인매장 근처 시장이나 상인에게 가면 비슷한 물건으로 더욱 싼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중국에 도입한 것이 최대의 실패원인인 것이다.
둘째, 월마트가 중국시장에서 고전한 요인 중 하나로 상하이시 등 중국의 주요 지방정부와 불편한 관계도 거론되고 있다. 세금문제를 둘러싸고 지방정부와 충돌한 월마트는 중국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에 진출 10년만인 2005년이 돼서야 첫 번째 매장을 출점할 수 있게 된 것도 지방정부와 관계악화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은 기업은 미래에 생존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중국이 새롭고 거대한 실험을 추진 중이며, 이로 인해 개별기업은 많은 불확실성과 동시에 기회요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철저한 현지화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한 P&G와 전세계 단일한 표준화 전략을 고집하다 큰 낭패를 본 월마트를 반면교사로 삼아, 중국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권혁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