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경영 환경에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경영 환경을 스스로 창조할 것인가의 문제는 경영전략의 기본적 화두다. 경영 환경에 적응하든지, 아니면 자신에게 필요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기업 생존과 성장의 기본적인 방법이다. 대개 경영 환경에 비해 자신의 능력이 약할 때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의 일차적인 과제가 된다. 외환 위기시에 대부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우선적 과제를 가졌었다.

유연한 내부구조를 갖춰라
고금리에 자금시장 경색은 기업들에게 단기간 내에 금융 비용 부담을 낮추는 구조가 될 것을 요구했다. 그러한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웠다. 과도한 부채로 고정자산이나 비수익 자산에 투자했던 많은 기업들이 부도를 피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외환위기는 높은 부채 비율로 경영했던 기업들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운 시련의 시기였다. 낮은 부채비율과 건전한 재무구조는 환경 적응성이 높으며 불확실성하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높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기업의 환경 적응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것은 기민하고 날렵한, 유연한 내부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불필요한 자산과 인력을 정리할 수 있는 기업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한 점에서 최근의 노사분규와 노동시장 경직성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대상이다.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면 기업 생존력이 저하되며 결과적으로 고용 환경 자체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돼 노동자 전체에게도 불리한 효과를 낳게 된다.
환경 적응력은 달리 말하면 기업 스스로의 구조조정 능력이다. 일설에 의하면 공룡의 멸망은 그들이 변화된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구조조정 할 능력이 부족했던 데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구조조정 능력은 생존 능력인 것이다.
때때로 기업들은 스스로 환경을 창조함으로써 성장과 발전을 이어가기도 한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경쟁자나 지역사회와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거나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창조하기도 하는 것이다.
환경 적응이 주어진 환경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면 환경 창조는 능동적으로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행동이다. 환경 적응이 자신의 구조를 환경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라면 환경 창조는 기업의 힘, 특히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고객들의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능력이다.
환경 창조는 창의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을 극복하고 시장을 주도하는 능력에서 오는 것이다.
특히 지식기반 시대에 이러한 창의력과 기술력은 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자를 극복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주도적으로 환경을 창조하는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변화를 뒤쫓아만 가기보다는 변화를 예측하고 그것이 요구하는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개발해 새롭게 고객을 맞도록 해야 한다. 당시에는 새로운 개념의 스낵이었던 새우깡 개발, 고등어·꽁치 통조림이 생선 통조림의 주류이었던 시대에 원양어업을 개척해 참치 통조림을 만들어 내었던 기업, 초고속 인터넷 환경에 맞는 온라인 게임을 미리 기획해 개발하는 벤처 기업, 윈도우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MS….

새로운 개념으로 시장을 만들어라
이러한 것들이 경영 환경을 창조해 기업 성장과 발전의 기반을 만들었던 사례들이다. 모두가 미래의 환경을 내다 보고 앞선 개념의 기획과 신제품으로 시장을 창조한 경우들이다. 현재의 환경에 적응하려고만 했다면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은 없었을 것이다.
환경을 창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형의 자산인 지식과 기술이다. 눈에 보이는 자산인 토지, 건물, 기계뿐만 아니라 눈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의 정열, 지식, 노하우, 마인드를 소중하게 인식하고 그곳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경영 환경 적응에 급급한 한계를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창조하는 기반이다.

김승일((주)턴어라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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