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의 핵심 법안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내부거래 기준을 원안보다 완화하면서 실질적으로 규제를 받게 되는 기업은 전체 재벌 계열사의 8% 수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수직계열화 등 각종 예외 사유를 더하면 실제 규제대상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는 지난 1일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 예고기간은 2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40일이다.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로 정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총수가 있는 43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1519개 가운데 상장사는 30개, 비상장사는 178개로 총 208개가 규제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받게 되는 208개사의 총수일가,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임원 등이 보유한 지분을 합산한 내부지분율이 평균 87%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공정위 규제를 받는 계열사는 대폭 줄어들게 됐다. 공정위가 시행령에서 예외 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비중이나 규모 기준은 완화해 규제 범위를 좁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와 관련해 내부거래 비중이 거래상대방 연 매출액의 12% 미만이고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미만이면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이 경우 계열사 86곳이 예외 적용을 받아 규제 대상 계열사가 208개에서 122개사로 줄어든다. 당초 공정위는 ‘거래상대방 연 매출액 10% 미만이고 내부거래액 50억원 미만’을 규제의 ‘안전지대’로 검토했지만 내부거래 기준을 완화하라는 여당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와 함께 부당지원 행위를 구분하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대해서도 규제 기준을 완화했다.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의 판단기준을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면서 50억원(상품·용역의 경우에는 200억원) 미만으로 정했다. 즉 이 경우에는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밖에도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이 대가를 지급하는 통행세 금지에 대한 세부유형 2가지와 대기업집단이 우호적 인수합병(M&A)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대기업집단 계열편입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계열사는 GS가 13개로 가장 많고 현대차(10개), SK(4개), 한진(4개), 한화(4개), 삼성(3개) 순이다. 롯데는 지분율을 기준으로 하면 4개사가 해당되지만 모두 예외 적용을 받는다. 삼성에버랜드(총수일가 지분율 46.02%), 삼성석유화학(33.19%), 현대이노션(100%), 현대글로비스(43.39%) 등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수직계열화된 계열사간 거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관련, 납품기일 촉박 등 불가피한 경우 등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 3가지 경우를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예외규정으로 두고 있어, 실제 규제 대상 기업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다음달 11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중에 대기업·중소기업,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내년도 2월14일 공정거래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시행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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